[토요일에 만난 사람](1)호스피스 간호사 김수열씨

[토요일에 만난 사람](1)호스피스 간호사 김수열씨
“늘 ‘아름다운 배웅’ 다짐하죠”
  • 입력 : 2006. 07.22(토) 00:00
  •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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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시돌복지의원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활동하는 김수열씨가 입원한 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生死의 경계선에 선 말기암환자…제일 가까이서 지키며 돌봐드려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그것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라면…. 그러한 삶의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성이시돌복지의원의 김수열 수간호사(48). 그는 호스피스(hospice)병동의 간호사다. 한림읍에 있는 성이시돌복지의원(원장 김부르노 수녀)에서 말기암환자들을 돌본다. 일주일에 4일 정도는 하루 12시간씩 밤과 낮을 교대로 병상을 지킨다. 그들의 마지막 생(生)과 함께 하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마침 밤근무를 하는 날이다. 오후 8시부터 환자들과 함께 저녁기도에 이어 욕창 등을 치료하고, 밤 11시에는 치료와 투약을 병행한다. 이어 20∼30분 간격으로 환자들을 체크해야 한다. 밤새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에 일과가 끝나는 아침 8시까지 신경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뇌출혈로 6번이나 수술한 후 이곳으로 온 한 환자는 몸을 가누지 못한다. 가만히 그에게로 다가간 김 간호사. 가슴을 토닥거리며 그를 불러본다. 환자는 눈길만 마주할 뿐 제대로 대답이 있을리 없다. 김 간호사는 지긋이 그의 손을 잡고 쓰다듬어 준다. 환자의 눈을 응시한 채….

 “환자도 말을 못하고 호스피스도 말을 못하는 때도 많아요. 그럴때는 손만 잡아주기도 합니다. 함께 있음에 대한 안도와 평안함이 느껴지도록….”

 김 간호사가 호스피스 일을 시작한 것은 21년 전인 1985년부터다. 당시 성이시돌의원에서 한 수녀와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앰뷸런스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보살피느라 발품을 팔았다. 그는 당시의 경험이 호스피스병동 간호사로 살아가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현재의 성이시돌복지의원은 지난 2002년 3월에 개원했다. 김 간호사는 개원멤버로서 호스피스 일에 매달렸다. 이 곳의 호스피스는 모두 4명이다.

 “당시 첫 환자를 5월 8일에 받았어요. 왜 그랬는지 아시겠어요?”

 굳이 어버이날을 택한 것은 모든 환자들을 부모님처럼 사랑의 보살핌으로 모시려고 하는 소망에서다. 지금까지 호스피스병동에서 임종을 맞이한 환자는 1백20명 정도 된다. 그 가운데는 병동에 온지 2시간 만에 세상과 이별한 환자도 있다. 환자가 세상을 떠나도 빈자리는 금세 채워진다. 우리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말기암환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은 늘 10∼15명의 말기암환자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도 부족하고 후원금도 빠듯하다.

 이들의 삶과 죽음을 제일 가까이서 지켜보는 김 간호사.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름다운 배웅을 해드리자고 생각합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삶이 그분들에겐 아름다운 이별이 되고, 호스피스에겐 아름다운 배웅이 될 수 있도록 그런 다짐을 하곤 하죠.”

 성이시돌복지의원이 내세우는 것처럼 김 간호사는 ‘저녁마다 생명의 등을 켜고, 아침마다 희망의 문을 연다.’ 죽음 앞에서도 희망과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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