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65)국내 첫 여성활선전기원 오지윤씨

[토요일에 만난 사람](65)국내 첫 여성활선전기원 오지윤씨
"여자라는 핑계 싫었어요"
  • 입력 : 2007. 10.27(토) 00:00
  • /강봄기자 b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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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위에서 한 달 동안 남자 수십여명과의 경쟁 끝에 '무정전전공' 자격증을 따 낸 오지윤씨. 오씨는 "자신이 하고 픈 일에는 '금녀의 벽'이란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여자로선 첫 무정전전공 자격
"편견 타파위해 이 악물고 도전"


10여년 전 우연찮은 일로 전봇대에 올랐다. 10여 년이 지난 2006년 9월, 다시 전봇대 위를 올랐다.

전남 함평에 있는 학원에서 뙤약볕 아래 한 달 동안 수십 여 명의 남자들과 전봇대 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학원 교육생 중 유일한 '여자'였기에 억척스럽게 교육을 받았다.

4주 동안 교육을 받을 당시 남자 교육생들 보다 30분 더 일찍 준비하고, 30분 더 늦게 교육을 마쳤다. 그녀는 '여자라서 안 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술 마시는 것부터 교육 받는 것까지, 남자 교육생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다.

그러나 첫 주 교육을 마칠 때 포기하고 싶었다.하지만 온갖 모진 고생을 한 끝에 그녀는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남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무정전전공' 자격증을 부르튼 손에 움켜쥘 수 있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제주도회 소속인 오지윤씨(37)는 지난 해 9월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로서' 처음으로 무정전전공 자격증을 취득, 국내 첫 여성 활선 전기원으로 등록됐다.

"자격증을 받았을 때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구요." 그동안 힘들게 교육을 받아서라기 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위의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도전했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에 가슴 깊은 속에서 무언가가 북받쳤기 때문이었다.

"교육 받을 당시 모두 28명이었는데, 제가 그 중 유일한 여자였어요. 모두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절 쳐다봤죠. 막연히 우락부락한 여자인 줄만 알았나 봐요."

자격증을 따고 왔을 때 그녀의 남편은 많이 놀랐다고. 그러나 사실 남편은 남자들도 힘겨워 하는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 그녀가 안쓰러워 자격증 취득에 반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체구도 자그마한 그녀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또 하나는 학원 선생님들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 보다 못한 남자들도 자격증을 따간다며 남다른 지도와 독려가 있었다.그러나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현장업무에 능숙한 것은 아니다. 몇 년 동안 현장 경험을 쌓아가며 실전을 거듭하고 나서야 여느 남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공사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지난 해 10월 또 하나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근 전선 지중화사업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지중배전전공' 자격증 마저 땄다.

그녀는 야심찬 계획을 잡고 있다. '전기공사기사' 자격증을 손에 거머쥐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몇 개월 동안 집을 비우기 힘들어 아직은 소망으로만 간직하고 있다고. 왜소한 그녀의 욕심은 어디까지 인지….

"여자들이 도전하기에는 정말 힘든 일이예요. 그러나 남자, 여자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여성들이 당당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직종에 '금녀의 벽'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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