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17)구아바 재배 김영숙·심현수·심현준씨

[代를잇는사람들](17)구아바 재배 김영숙·심현수·심현준씨
"고통 함께 이겨낸 '동지’랍니다"
  • 입력 : 2008. 06.07(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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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바를 재배하고 있는 어머니 김영숙씨(왼쪽)와 심현수씨(가운데), 현준씨가 구아바 하우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당뇨에 정말 좋다'는 얘기 듣고 재배 시작
부가가치 무궁무진… 소중한 작물 자부심


벌써 5년이 흘렀다. 농사꾼 답지 않은(?) 하얀 얼굴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듣고 서귀포시에 있는 농장을 찾아간 것이 그러고 보니 딱 5년전이었다. 그때도 어머니 김영숙씨(63)와 아들 심현수씨(33)는 '낯선' 작목인 구아바를 재배하고 연구하는데 한창이었다.

5년전과는 달리 지금은 많은 이들이 재배를 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생소한 품목이었다.

어머니를 돕기위해 제주로 따라 내려온 아들 현수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재원. 하지만 직장생활 대신 멀티농업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구아바 농사에 뛰어들었고 다양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 결과 구아바잎을 발효한 차를 처음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5년전에는 중국 유학중이었던 둘째아들 현준씨(32)도 지금은 함께 하고 있다. "두사람이 하기엔 힘이 부친다는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내려오게 됐어요." 현준씨는 앞으로 한의학을 더 공부해 구아바에 대한 활용을 높일 계획이다.

병충해가 적어 무농약으로 재배할수 있는 구아바. 이곳은 5만주이상 재배, 규모가 큰 편이다. 무농약재배 인증을 도내에서 처음 받기도 했다.

"재배만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군요. 판로가 없어서 많이 고생했고 지금은 여러가지 판로를 개척한 덕분에 의약품, 화장품, 당뇨관련 제품제작사 측과 협조체계를 갖게 됐어요. 이젠 농사뿐 아니라 부가가치를 가진 상품개발과 종합적인 식품회사를 차릴 계획도 있어요."

갑자기 궁금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왜 갑자기 구아바를 재배하기로 한 거죠?"

머뭇거리던 김씨가 조용히 털어놨다. "사실은 남편이 당뇨 합병증으로 오랜동안 병상에 있어야 했어요. 그러던중 구아바가 당뇨치료에 좋다는 것을 알게됐고 그래서 구아바 재배의 최적지인 제주로 내려왔어요."

아버지는 10년넘게 고생하시다가 바로 2년전 제주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후 2년째 되던 때 어머니는 "모든 것을 청산하고 서울로 올라가자"고 했지만 "어렵게 시작한 구아바 농사를 계속 짓자고, 구아바를 활용한 생산·가공·판매장을 제주에서 이뤄보자"며 어머니를 다잡은 것은 아들이었다. 5년전에 이들을 처음 만났을땐 몰랐던 사연이었다.

전직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결혼후 아이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엘리트 코스'를 밟도록 했다. 그 덕에 아들은 명문고에 명문대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전공과는 다른 길에서 어머니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 주고 있다. "돈이 되든 안되는 구아바에는 참 좋은 물질이 많아요. 처음에는 막연했던 길이 이젠 조금씩 보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뛰어넘을 수 있는 내공이 생겼어요. 두 아들에게도."

아픈만큼 더욱 단단해진 모습. 가족들의 말 한마디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넸다."두 아들이 없었다면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전 '자식의 은혜'라고 표현하죠. '대를 잇는다는 것'보다는 '동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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