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등재, 그 후… 성과와 과제]①순항하고 있나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 후… 성과와 과제]①순항하고 있나
제주 새 브랜드로 우뚝… 효과적 보존·활용 시험대
  • 입력 : 2008. 06.11(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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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준 보호·관리 새 전기… 등재효과 기대감

관광·1차·회의산업·투자 유치 등 '플러스 효과'



○… 2007년 6월27일 오후(한국시각)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낭보가 전해졌다.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제주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였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만의 자랑이 아니라 국가적 경사다. 정부 책임자는 등재 현장에서 "삼천리 금수강산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새 등재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경주해 온 본보는 등재 1주년을 앞둬 그동안의 성과와 후속과제를 집중 점검한다.…○


세계자연유산은 기대했던 것처럼 제주의 새로운 브랜드가 되고 있는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등재 이후 후속대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다수 도민들과 유산지구의 주민들은 등재 이후 평가와 관련해선 그리 후한 편이 아닌 것 같다. 환경단체쪽에서는 유산의 보존정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인다.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의 환경보존은 물론 도민적 자긍심, 국제 인지도, 관광 등 경제적 효과 등에서도 지금까지 제주사회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박람회 등 국제적 이벤트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효과와 영향이 거의 영구적이라는데서 더욱 뚜렷하다. 그래서 후속대책도 단·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하고 그 목표와 실천계획은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세계유산 등재는 그 유산의 보호를 특히 중시한다. 유산 등재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영원히 후손에 물려주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주자연은 국제적 기준과 관심속에서 보호·관리되는 전기를 맞았다. 활용도 보존의 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강구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초 의욕적으로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크다.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보존과 활용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균형추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보존과 활용을 위한 용역은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는 유산지구뿐만 아니라 섬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구멍이 뚫리면 섬의 생명력을 잃게 된다. 지하 용암동굴,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 해안조간대와 부속 섬, 오름과 곶자왈, 지하수, 골프장과 개발 예정지구에 대한 토지이용계획 등이 세계자연유산 지구에 걸맞는, 높은 수준의 관리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제주도와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관리운영계획서 상에는 등재 이후 무슨 일들을 해야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유산지구 학술조사, 환경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 관람객 증가에 따른 시설이나 환경에 대한 안전평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기대감은 관광객 증가와 유산지구 브랜드 개발을 통한 소득 창출이다. 세계 1백대 관광상품 가운데 세계유산과 관련된 상품이 70개가 넘는다. 세계 유수의 언론이 이미 제주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산지구 방문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관광과 청정 1차산업을 위시해 제주산업 전반에 걸쳐 플러스 효과를 창출하는 최대 기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스포츠·학술대회와 문화행사 등 대규모 국내외 행사를 제주에 유치하는데 세계자연유산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투자활동과 수출시장 개척, 관광객 모객은 물론 민간단체의 국내외 교류에도 세계자연유산이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유산지구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 주체는 관리당국과 주민이다. 그 혜택도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세계자연유산지역들은 지역의 특산물 등과 연계해 독자적인 브랜드 상품을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를위해 중앙·지방정부가 과감한 지원시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유산지구 마을주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주민들은 다양한 의견과 현안을 분출시키고 있다. 등재 이후 주민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활용을 위한 용역에서는 지역사회에 소득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책들을 담아내야 한다.

▲지난 9일 열린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과 한·일 관광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제1회 제주도 워킹'이벤트에서 일본 관광객과 도민들이 성산일출봉 일대를 걷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무엇이 달라졌나]

해외 언론 집중 조명… 외국인 관광객 급증

교육과정 신규 편성 등 정부 지원 대폭 늘어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오른 후 나타나는 변화들은 적지 않다.

우선 방문객 증가가 두드러진다. 올들어 6월 현재 1백27만여명이 제주 세계자연유산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등재되기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늘어난 것이며 도전체 관광객 증가비율(6~7%)에 비해서는 2배가 넘는 수치이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지난해 이 기간 8만1천여명이던 것이 올해에는 12만4천여명이 방문해 52.5%나 급증했다. 해마다 관람객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던 만장굴은 등재를 계기로 국내외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 등재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여기에는 등재 이후 해외 언론 등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제주에 대한 국제 인지도와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분석한다. 실제 등재 이후 영국 BBC, 싱가포르 TV, 일본 NHK, 일본 니혼 TV 등 해외 유수의 방송매체들을 비롯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제주로 쏠렸다.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됨에 따라 유네스코에서 발행·운영하는 지도, 잡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를 벤치마킹하려는 국내외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 2009년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전남공룡화석을 비롯해 국내 지자체들의 문의와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도 아직 세계유산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후지산등재추진위원들도 지난 5월말 제주를 찾아 등재 노하우와 관리계획을 살피는 등 제주가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제주도가 중앙 정부와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온 결과, 대규모 국비 확보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제주도는 지난해말 등재 후속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국비 등 25억원의 긴급지원금을 받음으로써 사유지 매입과 보존활용 용역수립을 발빠르게 착수할 수 있었다. 올들어서는 국비 등 총 92억원의 신규 사업비를 확보, 등재 후속사업들을 순조롭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화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올해 3월부터 지역특성화 교재에 신규 편성, 등재의미와 효과, 자연환경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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