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3)태림조경 김승철 사장

[이 사람이 사는 법](3)태림조경 김승철 사장
"제주 자생수종 가치 무궁무진 해요"
  • 입력 : 2009. 01.24(토) 00:00
  • 한국현 기자 khha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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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지식 임업인으로 선정된 김승철 사장은 제주에서 자생하는 수종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은 물론 수목원을 조성하는게 꿈이다. /사진=김명선기자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하천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주의 자생수종이 일본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바로 이거다' 했습니다. 일본 견학을 마치고 제주에 돌아온 그 다음날부터 붓순나무에만 매달렸죠."

태림조경 김승철(49·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사장은 8년전 조경수 재배 관련 견학과 시장조사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경험했던 붓순나무에 대한 추억을 꺼냈다.

"어릴적 물놀이 하던 하천변에서 흔히 보았던 나무, 나이가 들어서도 그냥 지나쳤던 제주의 자생수종이 일본에서 납골당이나 산소에 갈때 꼭 가지고 가는 의례 헌화용 나무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장을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붓순나무는 제주도와 전남 진도 등 따뜻한 남쪽지방의 섬에만 자생하는 상록 활엽수. 높이는 3~5미터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에 윤기가 있고 특이한 향기가 난다. 붓순나무 잎에서 나는 특이한 향기가 일본에서는 향불 대신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붓순나무 생산 성공 일본 수출길 열어
나무사랑으로 '신지식임업인'에 선정


일본 견학과 시장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 사장은 붓순나무 재배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지, 재배와 관련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노다지' 일본시장이 아른거렸고, 또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6년, 마침내 지난해 2007년 대량 생산에 성공하는 기쁨을 맛보았고 오는 5월에는 일본 첫 수출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이 붓순나무와 함께 일본으로 수출할 예정인 수종은 사스레피나무와 삐쭈기(빗죽이). 일본에서 의례 헌화용으로 붓순나무는 부유층이, 사스레피나무와 삐쭈기는 중·하류층이 사용한다고 한다. 외화벌이에는 붓순나무가 제격인 셈이다. 김 사장은 올해 일본수출로 1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김 사장의 제주 자생수종에 대한 고집은 '2008년도 신지식 임업인' 선정으로 이어졌다. 제주에서 신지식 임업인에 선정되기는 김 사장이 처음이다.

김 사장은 어릴때부터 나무와 꽃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도 서귀농고(현 서귀포산업과학고)와 경주 상주대 원예학과를 나왔다. 대학을 나와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에서 근무할 때도 나무와 꽃이 아른 거렸다. 4년만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동네 밭을 임대해 구실잣밤나무 3000본을 심는 것으로 조경일을 시작했다.

김 사장이 자기 이름으로 된 땅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틈틈이 모은 돈으로 동네 감귤원 5천평을 사서는 감귤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 나무를 심었다. 현재 김 사장의 농원은 임대를 포함해 3만평 규모로 각종 조경수가 빼곡히 심어져 있다.

김 사장은 "감귤농사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 고향 선·후배와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절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자생수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식물원과 제주 자생수종을 전시·판매하는 공간, 수목원을 조성하는 게 꿈이다. 김 사장의 열정이라면 그 꿈이 이뤄질 날은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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