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11)숲 해설가 안미영씨

[이 사람이 사는 법](11)숲 해설가 안미영씨
"숲은 또다른 모습으로 기다리죠"
  • 입력 : 2009. 03.21(토)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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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한라일보 오름탐사팀에 참여하면서 숲과 인연을 맺어 전문가 뺨칠 정도로 수준급인 안미영씨가 숲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5년전 본보 오름탐사팀 참여 숲과 인연
전문 숲해설·산악구조대 등 '인생 반전'


5년 전, 2004년 겨울 어느날이다. 한라일보 편집국에는 낯선 한 여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본지 '한라대맥' 탐사팀에 의해 조천읍 선흘2리에 있는 거문오름 조사가 몇주째 계속되고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이 여성의 호기심이 발동한걸까.

이 여성은 이내 탐사에 따라 나서기 시작했다. 등산이 취미였고 관심도 많았지만 오름과 생태계, 역사문화에 대해 모두 낯설어하며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얘기들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노트에 깨알같이 기록하는 진지함을 보였다. 그로부터 몇년이 흘렀을까. 그는 어느새 산악구조대원, 전문 숲 해설가, 산악가이드로 변해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미영(39·제주시 일도2동)씨. 언제나 등산복에 등산화 차림이다. 틈만 나면 한라산과 제주의 자연을 누비고 숲 해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전문가 뺨 칠 정도로 수준급이지만 요즘도 숲 해설 전문가 과정과 영어 강좌를 듣느라 눈코틀새 없이 바쁘다.

얼마전 제주공항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을 때도 그는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으로 (사)숲연구소가 진행중인 숲생태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을 들으러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그만하면 전문가 수준 아닌가'라고 물었다.

"아직 경험도 모자라고 백수인 걸요. 숲을 더욱 이해하고 싶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숲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졌기 때문이죠. 5년전 처음 오름탐사에 동행하기 위해 한라일보를 노크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제 삶이 달라졌어요."

그의 표현처럼 지난 몇년간 지내온 시간들은 '인생의 반전'이었다.

2005년부터 한라산등산학교 암벽·정규반 1기 과정을 시작으로 제주환경운동연합 자연해설가 양성교육, 문화관광해설사 양성교육, 곶자왈해설사 및 국민신탁 지원활동가 양성교육, 숲 해설가·숲생태관리인 과정, 숲생태아카데미 입문과정, 대한적십자사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법 과정, 산림청 인증 등산안내인 교육, 숲생태아카데미 전문가 과정 등 그가 이수한 교육과정은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경력도 화려하다. 돌문화공원 해설사, 제주산악구조대원, 곶자왈 숲해설 생태교육강사, 제2회 전국숲해설가대회 참가, 거문오름국제트레킹 가이드, 절물 숲 해설가, 제주산악연맹 '아름다운동행' 생태기행 강사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2006년 유럽최고봉 5642m의 '엘브르즈' 등정에 이어 이듬해에는 일본 북알프스 종주도 거뜬히 해냈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중학생을 준비하는 딸아이, 그리고 제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반전의 시간들이 제게는 모두 너무나 소중하죠. 성숙해가는 딸아이처럼 숲은 또 다시 다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그에게 숲은 무엇일까. "이제 막 싹을 틔우는 졸참나무의 도토리, 몇 년 동안 잘 자라 준 청년나무들, 숲의 주인이 된 어른나무들, 그리고 숲속의 새들과 곤충…. 함께사는 이 모든 친구들이 손을 잡고 함께 생태서클을 만들며 가는 원의 관계가 우리 생태계가 아닐까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이 숲과 생태서클을 잘 이어가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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