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21)차실 전도사 안대진씨

[이 사람이 사는 법](21)차실 전도사 안대진씨
"茶는 나를 발견하는 여행의 벗"
  • 입력 : 2009. 06.13(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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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소파를 치우고 차실로 바꾸면 함께 앉아 차를 마시는 단란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안대진씨는 이것이 바로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사진=김명선기자

'한가정 한차실 갖기운동' 서귀포서 시작
"차 마시며 서로 소통할 수 있어 좋지요"


늘 바쁘고 쫓기면서 살아가는 요즘, 차와 명상에 취해 사는 한 나그네가 있다. '슬로시티'서귀포에서 '행복한 차실'을 운영하고 '한 가정 한 차실 갖기 운동'을 펼치는 일소 안대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차 생활 전도사다. 그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서귀포시 대포동에 일소차생활연구원을 개원하면서 이 운동을 시작했고 올 초 서귀포일호광장 한켠에 새 둥지를 틀었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차문화를 선사하고 명상과 함께 일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가 차생활에 입문한 것은 1970년부터. 1989년 제주에 '다예랑'을 열었던 그와 제주의 인연은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오월 어느날 이유없이 번뇌하다가 사춘기 소년처럼 무작정 가출을 했고 첫날 제주로 왔어요. 걷기를 작정하고 몇날을 걸쳐 제주를 한바퀴 돈 다음 한라산에 올랐는데 지난날에 대한 부끄러움이 한없이 밀려와 가슴을 에이게 했습니다."

그는 서귀포 예찬론자다. "바쁜 서울살이를 하다가 카자흐스탄에서 5년동안 '슬로라이프'를 했어요. 150여개의 다민족이 함께 느리게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서였죠. 서귀포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요. 어떤 이들은 답답하다지만 '슬로시티'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까요. 이 운동을 여기서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는 서귀포를 명상과 예술의 도시로 가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에 '쉼의 도시'라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명상하고 건전하게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귀포에 둥지를 튼 적지않은 예술가들이 은거(?)할 것이 아니라 도시변화에 힘을 보탰으면 하는 희망도 전했다.

그는 건축가이자 조각가, 예술가다. 그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구체화시켜서 공원화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선지 그의 차실 입구에는 장군상 조각이 떡 버티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를 비롯해 전국 5개도시를 돌며 '아름다운 차 생활'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가 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차실이 있으면 둘러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 차를 마시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분위기도 좋아지고 생활속에서 공감의 장이 마련된다면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차실에는 예술·음악·미술품 등이 함께 있게 된다. 삭막하게 살지 말고 예술을 통해 생활을 향기롭고 풍요롭게 함으로써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는 거실에서 소파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거실은 가족공동의 공간인 동시에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인데 소파에 앉으면 모두 TV에 시선을 빼앗기고 대화가 단절되고 만다. 차실로 바꾸면 함께 앉아 차를 마시는 단란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차를 마시면 가족이 화목해지고 손님에게 주인이 직접 차를 대접한다면 더욱 돈독해진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다.

차는 '참 나를 발견하는 내면여행으로의 훌륭한 벗이자 통로'라고 말하는 그는 차한잔이 삶을 바꾼다고 강조한다. 차 한잔에 삶의 여유가 일어난다고.

"가정마다 차실을 갖는다는 것이 어쩌면 서민에게 '배부른 소리'아닌가"라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처음부터 욕심 낼 필요는 없어요. 소박하게 일정한 공간에 다포(차보자기) 한장 깔아놓고 시작해도 되지요. 그러다가 여건이 되면 다기를 마련하고 찻상을 준비하면 되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신없이 아무렇게나 살지 말자는 거죠. 온정을 다해 행복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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