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오자 시비 이대로 둘 건가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오자 시비 이대로 둘 건가
  • 입력 : 2009. 08.18(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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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술대전 서예 대상작
오자 논란 매듭지을 기회
권위 회복할 계기 삼아야


그는 정결한 원칙을 새길 때라고 했다.'신인작가 등용문'인 제주도미술대전을 통해 제대로 커나갈 '떡잎'을 골라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근래 십수년간 치러진 도미술대전 서예 부문 심사 결과를 조용히 지켜봤다는 서예가였다.

잊혀진 줄 알았던 1996년 도미술대전 서예 부문 오자 논란이 13년이 흘러 다시 튀어나왔다. "허, 그것 참…." 두 작품의 사본을 손에 들고 한참 바라보던 또다른 서예가는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도미술대전 서예 오자 논란은 그 역사가 깊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잊을만 하면 시비가 일었다. 한편에서는 명백한 오자라고 주장했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뜻이 통하니 되었다는 등의 말로 대수롭지 않게 맞받았다.

제 식구 감싸는 도미술대전 오자 논란이 남긴 것은 무얼까. 예견하듯 공모전의 후퇴를 불렀다. 1996년 어느 논자는 오자 시비에 부친 글에서 "아직 숙성하지 아니한 작품들이 입상되는 것을 보면 도전의 권위를 짐작할 만 하다. 대상 작가가 누구의 제자라는 설이 무성한 걸 보아도 같은 계열의 붓잡이를 양산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쓴 적이 있다. 이를 지금의 상황에 견줘 읽어도 다를 게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공모전의 미래를 걱정하는 서예가들은 몇가지 개선책을 내놓는다. 도미술대전 특선 이상 수상작은 두 배수를 뽑아놓고 현장 휘호를 거쳐 최종 입상자를 가려내는 방식이 그 하나다. 서예가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다. 또한 대상 작가에게 작품 매입금 명목으로 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이듬해 개인전을 열어주자는 제안이 있다.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한데 펼칠 수 있는 서예가라면 대상작에 대한 일부의 불신감을 씻어낼 수 있다고 여겨서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다른 서예 공모전을 참고하자는 주장도 있다. 작품 이미지를 모아놓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작가의 사고와 기본기를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방법 역시 공모전 수상작은 '실력'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새삼 불거진 역대 서예 대상작 오자 논란 역시 '무대응'으로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도미술대전 작품을 매입해온 제주도가 두 작품을 동시에 소장할 수 있겠느냐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나서는 이들이 없다. 소장처인 제주도문화진흥본부(옛 도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주최측인 제주예총에서 무엇이든 결정을 내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도미술대전이 지역 미술계에 기여해온 점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그 권위는 공정성이 동반될 때 유지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1996년 대상작을 2009년 수상작품과 나란히 공개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못할 거라면 오자가 쓰인 대상작을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편이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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