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41)마라톤으로 새 인생 연 김순자씨

[이 사람이 사는 법](41)마라톤으로 새 인생 연 김순자씨
"마음 수련하는데 마라톤이 최고"
  • 입력 : 2009. 11.14(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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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씨가 12일 중문관광단지에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며 감귤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남편·고3 아들 등 가족의 절대적 지지
감귤마라톤서 '풀코스의 가르침' 얻어


"'마라톤의 즐거움'과 '풀코스의 교훈' '인생의 맛'까지 선물해준 감귤마라톤을 사랑합니다."

제주감귤마라톤 참가를 계기로 '즐런(즐거운 달리기)'에 빠졌고 실력까지 갖추게된 여성 달림이가 있다.'아름다운 마라톤'하프코스 우승, '2009 듀애슬론대회 우승'을 거머쥔 김순자(44)씨.

중문골프장에서 10년째 경기보조원(캐디)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감귤마라톤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초보였던 2005년 감귤마라톤 10km코스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다. 완주의 기쁨을 얻은 그는 이후 마라톤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2년전 겁없이 감귤마라톤 풀코스에 첫 도전을 했고 어렵게 완주했다. '머리를 올린 대회'인 셈이다. 김씨는 당시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 "너무 자만했던 것 같아요. 38km지점에서 다리에 마비가 왔어요. 쓰러져있는데 옆 선수가 와서 마사지를 해줬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어요. 결국 4시간18분으로 완주하긴 했지만 이후에는 풀코스를 뛰는 이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이렇게 깨우침을 얻은 그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 올 5월에는 한라산 횡단 '절주마라톤'에 참가해 5시간여에 걸쳐 완주했다.

그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남다르다. 근무중인 골프장에서 2004년까지 손으로 카트를 끌었지만 PGA대회를 유치하면서 2005년 2월부터 전동카가 도입됐다. 오랜 시간 걸었던 예전과 달리 전동차로 움직이면서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남편 강상완(46)씨가 활동하던 예래마라톤클럽에 들어갔다. 초등학교때 학교대표로 육상선수로 뛰었고 제주에 시집 온 이후 동네체육대회에 출전해 '빠른 아줌마'로 통하는 그는 일취월장했다. 먼저 마라톤을 시작한 남편은 이젠 아예 김씨의 '트레이너 겸 매니저'로 나섰다.

'힘들게 걷고 또 뛰러가냐'는 동료들에게 김씨는 "사실 힘들게 일하기 위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 뛰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장일에 해외까지 마라톤 원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그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됩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를 만난 건 우연하게도 수학능력시험일인 12일. 뜻밖에 김씨는 '고3' '고2' 두 아들을 둔 엄마였다. " 아들을 시험장에 데려다주면서 '너를 믿는다'는 말만 했어요. 마라톤은 마음을 단련시키고 고3학부모의 초조감을 풀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죠. 공부는 아이들이 하는 것이고 너무 과한 개입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두 아들은 엄마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 올해 임진각에서 열린 '통일역전마라톤'과 '일본 미야자키 마라톤'참가를 고민할때 '아무 걱정말라'고 김씨의 등을 떠민것도 두 아들이었다. 앞으로 그는 수영을 배워 '철인'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감귤마라톤에 대해 "타지역 동호회원들이 가장 와보고 싶어하는 대회"라며 "일본 미야자키 마라톤에 참가했던 전국 각지의 마라토너들은 모두 내년 감귤마라톤에 참가하기로 이미 약속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즐런'을 강조했다. 그는 중문~대포 해안절경을 달리면서 만끽한다. "마라톤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먼저 운동장 한바퀴부터 시작하세요, 즐겁게 뛰다보면 '하면 되는구나'를 스스로 알게 됩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그가 얻은 것은 너무 많다. 저혈압이었던 그가 마라톤을 통해 정상혈압을 유지하게 됐고 젊음과 '동안'도 유지하게 됐다. 그는 22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감귤국제마라톤 출발선에도 선다. 건강과 마음수련을 위해, 늘 든든한 가족들을 위해 달리는 그녀의 웃음띤 얼굴이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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