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45)'나팔부는 교통전문가' 황경수 교수

[이 사람이 사는 법](45)'나팔부는 교통전문가' 황경수 교수
"청소년들과 연주할 수 있어 행복해요"
  • 입력 : 2009. 12.19(토)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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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제주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교통전문가 황경수 교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나가면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강경민기자

제주청소년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호흡
튜바 등 관악 연주 엑스트라맨으로 봉사
관악기 수집·연주 섭렵… 성악도 수준급


일반인들에게 그는 교통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후학을 키우고 국내외에서 연구·저술활동도 왕성한 현직 교수다. 전공으로만 그를 본다면 재미없고 건조하다. 하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여유롭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가 날 정도여서 부럽고, 닮고 싶어진다. 그에게 '나팔부는 교통전문가'라고 별칭을 붙이자 나쁘지 않다고 했다. 황경수 교수(47·제주대 행정학과·교통공학박사)를 17일 오전 만났다.

그가 만나자고 한 곳은 제주시 종합경기장 주경기장 한켠에 자리잡은 청소년오케스트라의 보금자리다. 그 이유가 있다. 나팔부는 황 교수는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이 곳에서 어린 청소년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매년 여러차례 정기연주회를 갖는 제주청소년오케스트라의 가장 '늙은' 연주자이자 엑스트라맨이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청소년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악기가 한정돼 있어 튜바를 비롯한 관악기를 연주하는 황 교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그의 공간이다. 황 교수처럼 청소년오케스트라를 돕는 자원봉사 연주자들은 5명이나 된다. 이 중에는 현직 은행직원도 있다고 한다.

고교(제주일고) 시절 까까머리 학생은 음악도의 길을 가고자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 교악대에서 수자폰을 불었습니다. 음악대학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진학을 못하게 됐죠. 대학 다닐 때에는 탐라관악합주단 멤버로 튜바를 연주했어요. 그 때 합창(그의 노래 솜씨는 정평이 나 있다)과 지휘 공부도 했지요. 군악대를 지원했고 수자폰을 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팔을 불고 싶어한 때가 없었습니다."

그가 대학시절 탐라관악합주단 멤버로 튜바를 연주한 것은 현재 제주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장홍용 교수의 작곡발표회 때였다. 제대 후에도 탐라관악합주단에 다시 복귀해 악기를 연주하다가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악기와는 담을 쌓게 됐다. 학위를 받고 제주대 행정학과로 발령받은 후에도 황 교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학위를 받아 직장을 갖게 되고 부터는 용돈을 모아서 악기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튜바, 유포늄, 콘트라베이스, 바리톤 섹소폰, 후르겔 혼(트럼팻과 비슷) 등을 닥치는 대로 구입했어요. 물론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음대에 진학하지 못한 상대적 빈곤감은 저를 음악으로 더욱 쏠리게 했습니다."

청소년오케스트라, 그리고 장 감독과의 인연이 이어졌다. 장 감독은 황 교수에게 청소년오케스트라의 감사역을 부탁했고 엑스트라맨으로서의 연주 봉사역할도 주어졌다.

60여명의 어린 단원으로 구성된 제주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연주실력이 뒤떨어지지 않는 하모니와 탄탄한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문 경영인 윤태현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전문 예술법인으로, 적지않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오케스트라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장 감독이 현재 투병중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황 교수와 단원들은 하루속히 그의 쾌차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합니다. 제주청소년오케스트라가 더욱 재미있고 즐겁고 격조높은 예술단체로 성장할 수 있다면 만년 엑스트라맨의 길을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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