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지방선거 '막장 드라마' 완결판

[편집국 25시]지방선거 '막장 드라마' 완결판
  • 입력 : 2010. 06.03(목) 00:00
  • 조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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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곳, 제주특별자치도는 6·2지방선거에서 다른 지역은 흉내도 낼 수 없는 '막장드라마'의 완결판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막장 드라마는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와 현실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상당히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드라마를 일컫는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욕하면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대다수의 막장드라마는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색사이트를 통해 막장드라마를 찾아보니 이같은 설명과 함께 '조강지처클럽'을 비롯해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두 아내', '아내가 돌아왔다', '수상한 삼형제', '살맛납니다' 등을 대표 드라마로 꼽았다.

제주지역 지방선거를, 특히 제주도지사 선거를 막장 드라마로 표현하는게 큰 무리가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모든 상황 자체가 막장드라마의 극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정당에서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제1야당에서는 복당·탈당이 연이어 이어졌다. '아름다운 경선'이라고 자부하며 승리를 확신하던 후보는 불미스런 일로 공천이 박탈됐다. 이어 경선과정에서 1,2위를 차지했던 후보 모두 탈당해 다시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는 하나로 합쳤다. 야권들도 뭉치면서 3당의 후보가 최종주자를 1명으로 압축했다.

결국 정당후보는 1명만 남게 됐고, 무소속으로 2명의 후보가 한판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정당에서는 자신들이 내세우지 못한 후보들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표시했다. 더구나 후보가 있는 정당에서 조차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그간의 과정을 지켜본 제주도민들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시쳇말로 제주지역에서는 "이 당, 저 당 해도 궨당이 최고"라는 말이 다시 회자됐다. 창피스런 일이다. 정당정치는 실종됐다. 때문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진흙탕싸움 등 가능한 표현을 빌리면 과열을 넘어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선거는 끝났다. 막장 드라마도 막을 내렸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는 이런 드라마를 보지 말자고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이라도 있다. 도지사선거는 '외면' 그 자체만 남았다.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끔 할 수 있는 그런 선거 드라마를 진정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조상윤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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