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둬 지난 7년간 재래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 주역인 한팔용(51) (사)서귀포매일올레상가조합 상무이사를 만났다.
그는 매일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시장 상인들의 억척스러움 속에서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차량통제를 비롯한 아케이드, 주차빌딩 시설 등의 현대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일등 재래시장을 추구하는 중심축이자 산파다. 45년전 이 곳에 자리잡은 매일올레시장은 아케이드 상가를 포함해 점포 208곳에 이른다. 조합원은 준회원 등을 포함해 330명이다.
"지난 7년동안 딱 11일 쉬었다.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은 욕을 먹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면 욕도 약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딸(7)을 임신할 때부터 이 일을 맡고 있어 언제 쉬냐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아프다."
그의 책임감과 정열은 중소기업청 선정 '2010년 문화관광형 시장'과 '2010년 유비쿼터스 육성시장' 등의 결실을 맺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젊은층 주부고객은 물론 올레꾼도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레꾼 등 관광객이 하루평균 1500명 가량이 매일올레시장을 찾고 있다. 몇해전에 비하면 25% 가량이 늘었다.
"시장관리에 있어 현재는 과도기다. 상인들은 나를 보고 무섭고 괴팍하다고 하지만 일처리 부분만큼은 깨끗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상인들이 주는 50점은 나에겐 후한 점수다. 더더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나 행정기관에서의 지원보다는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합원들에게 말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변화가 전국 1600개의 재래시장 가운데 8개소에 주어진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되는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그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앞으로 시장 한복판에 분수대를 만들고 60~80cm 가량의 폭으로 수로를 만들어 여름철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는 자연친화적인 시장으로 만들 생각이다."
법을 무시하고 제주에 아들(28)과 함께 지내던 어머니에게도 '원수'라는 말을 듣고 살던 '막장인생'을 살았던 그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25년전 제주에 정착했다. 12년전 시장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할 무렵, 강원도에서 내려온 현재의 아내(39)를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늦둥이 딸을 낳아 그 보람으로 산단다.
그의 말에는 따듯한 정이 묻어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좌판을 벌이는 할머니들이 상가로 들어온다. 일부 상인들이 반대를 하고 있지만 할머니들은 모두의 부모라고 생각한다. 텃밭에 일군 채소를 올레꾼들이 많이 산다. 억척스럽게 사는 상인들도 마음만은 따뜻하다. 매년 2000포기의 김장김치를 만들어 주변 홀로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년가장 등을 돕고 있다. "재래시장은 사람냄새가 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추석을 맞아 고객들이 제사상을 차리면서 기분 나쁘지 않도록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하고 좋은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상인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를 뒤로하고 시장에서 분주하게 장사하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벌써부터 풍성한 추석 분위기가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