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밀라노 버스 도난사건과 제주

[편집국 25시]밀라노 버스 도난사건과 제주
  • 입력 : 2010. 10.14(목)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최근 전국 지역신문사 해외공동취재 중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해본 황당한 범죄를 겪었다. 밀라노에 도착한 것은 총 9일간의 일정 중 5일째 되던 날인 10월 4일. 일행은 밤이 깊은데다 비까지 쏟아지자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일찌감치 수면모드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날따라 카메라와 선글라스, 선물용품 등을 버스에 두고 내린 이들이 많았다.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가 귀찮기도 했으며, 개방되긴 했지만 호텔 주차장이어서 별일 없으려니 했던 것이다. 그게 화근이었다.

다음날 아침 로비에서 일행을 만난 체코 출신 버스기사가 사색이 된 얼굴로 "빅 프라블럼"을 외쳤다. 도난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버스 안에 있는 물건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버스가 통째로 사라졌으니 그야말로 '빅 프라블럼'이었다. 고급버스여서 위치추적이 가능한 GPS가 장착된 게 불행 중 다행. 경찰에 신고해 위치추적을 한 지 10분만에 위치가 확인됐다. 약 500㎞ 떨어진 슬로베니아 외곽지역으로 나타났다.

트램(노면전차)과 택시를 이용해 오전 일정을 마무리짓는 동안 일행 중 도난사건의 최대 피해자 2명과 통역이 현지 경찰서를 다녀왔다. 여행자보험을 통해 일부나마 보상받기 위한 절차였는데 1시간 기다려 30분만에 조사를 끝냈다. 그쪽 경찰 말로는 1년에 2~3건 정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등의 국가로 팔아넘기기 위해서다.

일행이 겪은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밀라노광장에서는 일행 중 한명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호의를 베푼 흑인들이 대가로 50유로(약 7만8000원)를 요구해왔다. 20유로에 합의를 봤지만 우리로 치면 '삥뜯기(갈취)'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무척이나 달리기를 잘하던 날치기범이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다른 일행이 옆자리에 놓아둔 옷을 낚아채 달아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쯤되니 일행들 사이에서는 '아, 우리나라 좋은 나라' 식의 말이 오갔다.

그래서 이번 취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패션과 예술의 도시에서의 삶을 경험하고 세계 최고 부자나라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목격한 것이 아니라 이들 나라의 치안이 형편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하고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제주도로서는 상대적(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으로 그들보다 나은 치안수준을 홍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표성준 사회부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279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