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제주의가치! 세계의가치]원도심 되살린다

[신년기획/제주의가치! 세계의가치]원도심 되살린다
창의적 문화도시 개발로 새로운 도시 만들기 시동
  • 입력 : 2011. 01.01(토) 00:00
  • 표성준 기자 sjpy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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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도심 전경.

제주성안 인구감소·상권침체 슬럼화 위기
"주민-전문가 참여 도시 마케팅 사업 필요"

최근 국내외에서 장소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소마케팅은 특정 장소를 상품화하고, 이로 인해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동하게 해 장소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말한다. 특히 제주지역에서는 인구감소와 슬럼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제주성(城) 안 이른바 '원도심' 재생을 위해 장소마케팅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올해가 새로운 도시개발전략을 추진하는 원년이 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장소마케팅 해외사례=문학과 오페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로나(Verona)시는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장소마케팅으로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착안해 지역의 오랜 건물을 줄리엣의 집으로 명명한 뒤 이곳은 베로나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방문객들은 누구나 로미오와 줄리엣 흉내를 내면서 사랑과 소망이 이뤄지길 빌며 사진을 찍고 간다. 그 작은 건물에 연간 200만명이 방문하는데 문화유산을 활용한 완벽한 문화관광마케팅 사례로 제시되는 이유다.

스위스 바르트(Warth)의 이팅겐 카르투지오회 수도원도 역사적 건물을 재생시켜 새로운 장소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른바 봉쇄수도원인 이팅겐 수도원은 800년간 수도원으로 사용됐지만 150년 전 수도원으로서의 기능이 정지됐다. 역사적 건물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은 지난 1977년 수도원의 정신을 살려 공적인 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나서서 재단을 만들고 축사 설치와 건물 외관 복원, 내부 현대식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일반에 개방했다. 현재 수도원 건물과 농장으로 크게 나눠지는데 농장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유지관리비와 인건비를 충당하고, 남은 돈은 사회부조에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역사박물관과 예술박물관, 바로크 양식의 교회는 물론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컨벤션센터, 식당, 유치원, 장애인 재활작업장, 슈퍼마켓을 갖춰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밖에 친환경 건축을 통한 온천도시 마케팅 장소인 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와 전통경관 보전을 통한 지역마케팅 현장인 스위스 글래치의 그림젤패스, 문화도시 마케팅의 선구자격인 스위스 루체른의 KKL, 도시마케팅으로 관광비수기를 타개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수와 알프스를 활용한 사계절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신생국가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등 다양한 해외 장소마케팅 사례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탈리아 베로나시 줄리엣의 집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활용한 장소마케팅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150년전 수도원 기능을 상실한 이팅겐수도원이 주민들에 의해 복원돼 박물관과 호텔, 컨벤션센터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천도시 마케팅 장소인 오스트리아 바트 블루마우

▶제주이야기 집결체 원도심=원도심은 제주성 안을 중심으로 한 탐라 역사문화의 발상지로 탐라국에서부터 시작해 고려·조선·한말·일제강점기·해방·현대에 이르는 제주역사·문화·경제·사회·행정의 중심지다. 그러나 신제주권 등 다른 지역에 대한 도시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현재 원도심은 인구가 줄고 상권이 침체되면서 과거의 영화를 추억만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행정은 구도심 리모델링과 탐라청년문화권 정립 등 다양한 내용의 재생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도심이 함축하고 있는 제주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장소마케팅으로 도시 재생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주성 안에는 다양한 역사문화·생태자원이 분포돼 있다. 문화재로는 국가사적지인 제주목관아와 국가보물인 관덕정, 지방문화재인 제주성지와 제주향사당, 오현단, 향사당이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제주칠머리당 영등굿도 있다. 주요 관아터인 무근성(古城)과 광양당, 남수각, 제이각, 소민문, 공신정, 운주당, 북수구(홍예교), 중인문, 좌·우위랑, 동·서·남문, 칠성대, 옛 항교터 등 비지정문화재도 자랑거리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광해군을 비롯해 최익현과 송시열, 김윤식, 김정 등 유배인 적거터도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적지라 할 수 있다.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산포조어와 산지천, 바다 등 경관자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제주이야기의 집결체인 원도심에 대한 장소마케팅은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원도심을 재생시키는 것은 물론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제주시 원도심 재생과 역사·문화·생태 자원화를 위한 제주성 함께 걷기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 강문규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역사유적 복원, 산지천 복개, 재래시장 환경 개선 등의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민과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했다"며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핵심 역사문화유적 탐방을 유도할 수 있는 제주성 걷기 프로젝트는 일도동과 이도동, 삼도동, 건입동 일대를 재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컨설팅 전문업체인 (주)글로벌앤로컬 브레인파크의 박동완 대표이사도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전문성을 가진 민간 역량이 필요하므로 전문가와 주민의 참여로 도시마케팅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역사적 공간과 정신적 유산까지 계승한 마케팅은 역사와 전통을 살릴 수 있으므로 공간이 지닌 문화와 역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마을만들기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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