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경찰, 일 중심 조직문화 멀었다

[편집국 25시]경찰, 일 중심 조직문화 멀었다
  • 입력 : 2011. 01.13(목)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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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도 내 대부분의 기관이 인사철을 맞아 조직 내부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승진과 전보인사가 대폭 진행될 예정이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문제는 이들이 개인회사에 소속된 신분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일을 손에 잡지 않는 그만큼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인사철 일을 하지 않는 조직 중 대표적인 곳이 경찰이다. '육지경찰'과 '해양경찰' 모두 그런데 조직 내부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감싸는 것은 물론 오히려 권장하기도 한다. 실제 요즘 경찰관서를 다니다 보면 내근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실에 유난히 빈 자리가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오는 15일 예정된 승진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휴가를 갔다는 것은 경찰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심한 경우 휴가도 아닌데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근무시간에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승진시험 공부하러 가는 일이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오랜 관행이다. 상명하복이 뚜렷한 경찰조직에서는 상급자의 허락이 없는 한 불가능할테니 면직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근무태만 행위가 상급자의 승인 하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경찰조직의 '열공모드'는 조직 내부에서 상당한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특별승진과 심사승진에 의지해야 하는 형사·수사 등 외근부서 직원들이 특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 표현대로 잠복과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집회와 경호에 동원되느라 승진시험 공부는 엄두도 못내기 때문이다. 형사들 사이에선 시험승진하면 '왕따' 당한다. 그래서 승진과 보다 편안한 자리를 위해 수사경과를 포기하고 다른 부서로 옮기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고위급 승진인사를 한 경찰청이 "일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인사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에선 이렇게 일 중심의 조직문화가 멀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인사정의가 실현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최근 업무성과가 높은데도 경쟁자가 없으면 승진을 못하는 이상한 경찰의 내부 심사규정에 묶여 심사승진에서 탈락한 경찰간부에게 수사경과를 포기하고 다른 경과를 선택하면 향후 승진에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경찰 "퇴직할 때까지 수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일하는 이들을 인사에 배려하는 것이 일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표성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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