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통원 시인은 1960년대부터 제주문학의 토양을 살찌우기 위해 선후배, 동료 문학인들과 노력을 기울여 1972년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설치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등 제주문학발전을 이끈 원로시인이다. /사진=이승철기자
○…고교 시절부터 문학동인 활동○…문협제주도지부 설립에 큰 힘○…투병 속 지난해 열 번째 시집
"1950년대부터 제주문학의 토양을 살찌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가 강통원 시인이다. 선후배, 동료 문학인들과 함께 한 강 시인의 열정은 1970년대 초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설치란 열매를 맺었다."
지난달 말까지 제주문화원장을 지낸 조명철 원장이 오랜 우정을 나눠온 강통원(77·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시인을 추천인물로 꼽으면서 꺼내든 얘기다. 조 원장과 강 시인은 1958년 각각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조 원장은 오현고 재학시절 시동인 '영실천'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열정을 키워온 강 시인이 60년대는 물론 유신정권으로 문화예술계에도 많은 제약이 따랐던 70년대에도 제주문인협회의 재건을 위해 애썼다고 회고했다. "강 시인은 1956년 제주의 첫 문학단체로 출범한 제주문학동호인회가 몇 차례 이름을 바꿔달면서 변신한 제주문인협회의 대표간사와 한국예총 제주도지부장으로 1967년 제6회 한라문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문협은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회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름만 남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해체상태의 문협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그 중심에 강 시인이 있었다. 그리고 1972년 오성찬, 정인수씨 등 20여명과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를 설치했고 강 시인이 초대, 2대, 5대 지부장을 맡아 이끌었다."
조 원장은 강 시인이 개인 호주머니를 털면서까지 제주문협을 이끌어갔던 일화도 소개했다. 문인협회 도지부가 꾸려진 그 해 종합문예지 '제주문학' 창간호를 펴냈지만 이듬해 2호 발간이 재정문제로 위기를 맞은 것. 조 원장은 "인쇄사에 사정해 외상으로 책을 발간하고 출판비는 강 시인이 1979년 제주도문화상을 수상한 상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명철 전 문화원장
조 원장은 강 시인을 비롯한 여럿의 바람인 제주문학관 건립도 꺼내들었다. "한국전쟁 직후 제주로 몰려든 문학인들은 제주문학의 싹을 틔우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전쟁 직후 제주에서 3년간 피란생활을 한 계용묵은 종합교양지 '신문화'를 창간하고 문학청년들의 문학 열정을 자극했다. 또 박목월, 문덕수씨와 60년대 고은 시인 등 제주와 연고있는 작가들을 조명하고 제주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마지막으로 강 시인이 지난해 내놓은 열번째 시집 '빛과 그늘'을 펼쳐보였다. 강 시인이 시집 자서(自序)를 통해 "이런저런 병마에 시달렸고 힘겨울 때마다 시(詩)에서 위안을 느끼면서 시를 썼다"고 밝힌 것처럼 그에게 있어 시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