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왕벚나무 세계화, 지금이 기회다

[특집]왕벚나무 세계화, 지금이 기회다
제주 왕벚꽃 美 심장부서 꽃 피운다
  • 입력 : 2011. 04.22(금)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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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지가 발견된 지 1세기 만에 토종 제주 왕벚나무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꽃을 피우게 됐다. 사진은 자생 벚나무류가 집단 분포하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관음사 일대. /사진=강경민기자

25일 워싱턴D.C 아메리칸대에 '한국 정원' 조성
자생 왕벚나무 등 현지 이식… 돌하르방 제막식도

유전자원 증식 연구와 자생지 축제 차별화 시급

토종 왕벚나무가 국내 연구진의 노력과 기술력으로 세계화에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 제주산 왕벚나무가 '코리안 체리 트리(Korean Cherry Tree)'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의 심장부로 건너가 심어지기 때문이다.

자생지가 발견된 지 1세기 만에 토종 제주 왕벚나무가 처음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머지않아 꽃을 피우게 됐다. 워싱턴 D.C의 아메리칸대학교 교정에 한·미 공동으로 제주산 왕벚나무 등을 매개로 '한국 정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이제 결실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토종 자생식물을 계기로 한·미간 우호 증진에도 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정원에는 왕벚나무 외에도 제주와 한국에 자생하는 다양한 수종이 심어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오는 25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 교정에서 '한국 정원' 조성을 위한 기념식을 갖는다. 기념식에는 한덕수 주미대사와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을 비롯해 아메리칸대학교 총장, 재미한인대학교수, 한인단체장, 김찬수 박사 등이 참석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를 기념해 '한국 정원'에 돌하르방 석상과 정낭을 기증키로 하고 이미 선박편으로 공수를 마쳤다. 한국 정원 조성사업 기념식에서는 돌하르방 제막식도 열릴 예정이어서 왕벚나무와 더불어 제주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태평양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43년 4월 8일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아메리칸 대학을 방문, 한국 벚나무를 식재중인 이승만(왼쪽 다섯번째) 박사. /사진=정은주 박사 제공

이보다 앞서 지난 2010년 4월 제주 왕벚나무가 아메리칸대학교에 기증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당시 최완용 원장과 아메리칸대 국제관계대학 루이스 굿맨 학장을 비롯해 학계, 공무원, 산림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천연기념물 자생지에서 기증식을 개최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아메리칸대는 상호 우호 협력과 공동연구활동, 정보교환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당시 아메리칸대에 기증된 묘목은 2008년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꺾꽂이해 접목 방식으로 키운 나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아메리칸대 교정에 1943년 4월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25주년을 기념해 심은 왕벚나무에서 접목해 키운 묘목 9그루도 함께 기증했다.

제주산 왕벚나무 기증은 아메리칸 대학측이 왕벚나무 등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계기로 한국 정원을 조성하면서 우리나라 토종 왕벚나무의 기증을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앞서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팀은 2009년 아메리칸 대학의 요청으로 현지를 방문, 외부형태 등의 특징을 조사하고 DNA 지문분석 기법을 사용, 이 나무들의 기원이 우리나라임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토종 왕벚나무로서는 처음 워싱턴에 심는 것으로 왕벚나무 자생지 발견 1세기만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꽃 피우게 되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아메리칸대의 굿맨 학장은 "20세기 초 부터 미국과 한국은 우호관계를 이어져 왔다"며 "제주 왕벚나무와 앞으로 아메리칸대에 조성하는 한국 정원을 통해 유대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측은 이제 왕벚나무를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치있는 자산으로서 브랜드로 키워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주산 왕벚나무 세계화의 현주소]원산지 허울뿐 세계화 요원

20세기초 워싱턴에 이식된 나무도
DNA 분석결과 제주 복제품 밝혀져

본보, 수년째 세계화 전략 집중조명

왕벚나무는 봄꽃축제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지 이미 오래다.

일본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일본문화를 전파하는 전령사로 왕벚나무를 활용해 왔다. 워싱턴 D.C의 호수공원 주변에 피어 있는 수천 그루의 벚꽃행렬은 1세기전인 20세기초에 일본이 워싱턴에 벚나무 수천그루를 기증함으로써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 왕벚은 DNA 분석결과, 제주 왕벚나무의 복제품이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무늬만 원산지=제주는 그동안 '자원의 보물섬'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이를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데 한계를 보여 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왕벚나무 후계목을 활용해 유전자원을 증식하고, 이를 대단위로 조림하는 한편 자생수종이 밀집된 관음사 일대를 중심으로 자생지에서 열리는 제주 왕벚꽃축제, 국내외를 겨냥한 홍보마케팅 등 세계화전략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한라일보사도 그동안 여러차례 심층기획을 통해 제주토종 왕벚나무의 세계화 전략을 조명해 왔다.

정은주 박사(미국 농업연구원 벨츠빌지역 국립유전자원부)는 "자생지에 대한 보호·연구와 벚꽃축제의 차별화가 없다면 제주가 왕벚나무의 자생지라는 의미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제주자치도는 2010년 4월 제주를 방문한 미국 아메리칸대 루이스 굿맨 국제관계대학장을 통해 제주산 토종 왕벚나무 20여 그루를 기증했다.

▶소프트파워=국립산림과학원과 아메리칸대가 추진중인 '한국 정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3년 4월 임시정부 수립 24주년을 기념해 이 학교 교정에 심은 왕벚나무가 계기가 됐다. 현재 세그루가 남아 있다.

제주 왕벚나무는 오히려 미국 주류사회를 중심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총장 일행이 지난 2009년 방한, 3300㎡ 규모의 '한국의 정원' 조성계획을 소개한데 이어 이 대학의 굿맨 국제대학장이 2010년 4월 제주를 찾아 한라산 왕벚나무 자생지를 시찰하고 '한국 정원'과 한·미간 우호증진의 주요 테마로 왕벚나무를 주목했다. 그는 "제주도의 왕벚나무는 그 놀랍고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세계 많은 곳에 축하와 기쁨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는 역사문화 예술, 그리고 자연자산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인 이른바 '소프트 파워'가 지배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제 토종 왕벚나무가 미국 워싱턴에 식재를 계기로 제주의 국제 '소프트 파워'의 테마로 키울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형국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국가 이미지와 국가의 브랜드 파워 증진에 제주의 향토 수종인 왕벚나무가 적합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찬수 박사도 "세계의 중심부에 제주산 토종 왕벚나무가 이식되는 것을 계기로 원산지 왕벚나무의 세계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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