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국내외 유적 정비현 장을 가다](9)전곡리 구석기유적과 선사박물관

[유적 보존과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국내외 유적 정비현 장을 가다](9)전곡리 구석기유적과 선사박물관
발견 33년만에 새롭게 진화… 고산리는 걸음마도 못해
  • 입력 : 2011. 05.04(수) 00:00
  • /이윤형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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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전곡선사박물관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야외공원에 조성된 주거지들. 지난달 25일 개장한 전곡선사박물관은 국제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는 고산리유적의 현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고산리유적은 1987년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정식 발굴조사 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역사교과서에 실려 있지만 정식보고서 하나 펴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정체된 고산리유적의 발굴과 보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이윤형기자

아슐리안 주먹도끼 아시아 첫 출토 고고학계 충격
조사 정비까지 京畿道 적극 지원·전문가 헌신적

1978년 4월 경기도 한탄강변. 강변을 거닐던 미군병사 그렉 보웬의 눈에 심상치 않은 석기가 눈에 띄었다. 고고학도였던 그의 눈에 발견된 몇 점의 석기들은 당시 서울대박물관장이던 김원룡 교수와 영남대 정영화 교수에 의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로써 최초로 학계에 보고됐다.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석기는 이렇게 해서 발견됐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은 세계 구석기학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구 학자들은 모비우스 학설에 따라 아시아지역의 선사문화가 유럽이나 아프리카에 미치지 못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전기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아슐리안형 석기가 아시아에서는 발견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전곡리 아슐리안형 석기들은 인도를 경계로 아시아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던 모비우스 학설을 뒤집었다.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서구학자들의 인식은 잘못된 편견임이 드러난 것이다.

전곡리유적은 그 중요성을 감안, 발견 다음해인 1979년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됐다. 이어 그 해 첫 발굴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0여 년 동안 17회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발굴을 통해 주먹도끼와 사냥돌, 주먹찌르개, 긁개, 홈날, 찌르개 등 다양한 종류의 석기가 발견됐다. 유적의 연대는 약 35만~10만 년 전에 걸쳐 있다.

▲박물관 전시공간 내부에 재현된 초기인류의 모습.

'아시아에서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나타나지 않는다'던 모비우스 학설을 뒤집은 전곡리유적은 발견된 지 33년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 달 25일 국내 최대 규모의 전곡선사박물관으로 개관을 한 것이다.

전곡리유적은 제주도의 입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박물관 건립은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2006년 4월 공모에는 48개국 346개 팀이 참가하는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그 결과 전곡선사박물관은 외관에서부터 신비로운 건축미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건물 자체가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건물의 전체 형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원시 생명체의 형태를 모티브로 했다.

박물관 건립에는 총 482억 원이 투입됐다. 막대한 사업비 투자에는 경기도의 지원과 관심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발굴에 참가한 고고학자 등 전문가들은 박물관 개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중심이 됐다.

국제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고산리유적의 현실과 비교하면 제주도 입장에서는 여간 부러움이 아닐 수 없다. 고산리유적은 1987년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정식발굴조사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사교과서에 실려 있지만 정식보고서 하나 펴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고산리유적은 동아시아 초기신석기문화의 발생과 문화전파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국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발견된 지 25년이 다 된 지금까지 허허벌판인 채로 남아 있다. 국내외 고고학자들의 조사와 답사가 이어지지만 변색된 안내판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현실은 부끄럽다.

▲원시생명체를 모티브로 한 전곡선사박물관 항공사진. 지난달 25일 개장한 박물관의 외관에서부터 신비로운 건축미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전곡선사박물관 제공

▶아슐리안(Acheulean) 주먹도끼 아슐리안은 프랑스의 성 아슐(St. Acheul) 유적에서 주먹도끼가 처음 확인돼 이름이 붙여졌으며 100만년 동안 지속된 초기 인류의 석기제작기술을 대표한다. 유럽과 아프리카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먹도끼공작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주먹도끼(handaxe)는 끝이 뾰족하거나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타원형의 모양으로 석재의 양면을 떼어내 날을 세운 석기를 말한다. 주먹도끼는 사냥은 물론 가죽, 나무 손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구석기시대 만능 칼이다.

1978년 첫 발견 이후 17차례 조사

국제적 박물관 개관하다


전곡리유적은 1978년부터 서울대학교와 연합조사단에 의해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에 들어가 1979년 국가사적 제268호로 지정됐다.

지난 달 25일 전곡선사박물관 개관 전까지 17회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뤄졌으며 고고, 고환경, 지형, 지질, 연대측정 등 분야를 망라한 종합보고서를 펴내 성격을 규명했다.

발굴조사와 함께 전곡리유적은 유적전시관을 개관하고 2002년부터 제1회 전곡리구석기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해왔다. 정식 박물관 개관 이전부터 발굴현장을 교육 및 체험현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도입과 프로그램을 운영한 점은 인상적이다.

동시에 1999년 제1차 전곡리선사유적종합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3년 보완용역을 거쳐 2004년 문화재청에서 기본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정비계획이 추진됐다.

박물관은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총 사업비 482억원을 투입, 7만2599㎡부지에 건축면적 5350㎡,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축됐다.

전곡리유적은 발견된 지 33년 만에 세계적인 박물관을 건립한 것에서 보듯이 지속적인 발굴을 통해 고고·고환경·지형·지질·연대측정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학술적 성격 규명과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는 작업을 병행 추진했다.

박물관 전시공간과 접해 체험공간을 조성, 유적과의 연계성을 고려했으며 인근에 역사문화촌 건립사업과 병행하면서 부족한 문화관광 인프라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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