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16)솔잎난은 왜 바위틈에서만 자라나?

[문명옥의 식물이야기](16)솔잎난은 왜 바위틈에서만 자라나?
  • 입력 : 2011. 05.07(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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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입난의 자생지

잎·뿌리없는 가장 원시형태 양치식물
생육환경 열악 저지대 계곡에서 자생


솔잎난은 관속식물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지닌 양치식물이다. 관속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잎과 뿌리가 없기 때문이다. 줄기는 불규칙한 간격으로 차상분기(Y자형 분기)하여 식물체가 편평하지 않고 입체적인 나무모양을 형성한다. 이 모습을 멀리서 보면 솔가지가 암벽 틈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 솔잎난(중국명 松葉蘭에서 차용)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솔잎난은 습하고 따뜻한 아열대에 자라는데, 분포상 고위도지역으로 갈수록 바위틈에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솔잎난은 대부분 바위의 갈라진 틈 즉, 암석의 절리(節理)에 줄기를 고착하여 자라고 있다. 왜 이처럼 바위틈에서만 자라는 것일까?

모든 생물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환경조건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온도, 습도, 토양 및 물 등의 환경인자들이 생존할만한 적정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이처럼 생물의 분포와 풍부도를 규제하는 생태적 조건을 제한요인이라 한다. 많은 생물종들의 경우, 단 하나의 제한요인 보다는 몇 개 인자들이 상호작용해서 생물지리학적 분포가 결정된다. 제주도는 솔잎난의 북한계역에 속하는 지역이다. 그만큼 생육환경 조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솔잎난의 선택은 어떤 것이었을까?

솔잎난이 자라는 곳은 대부분 비교적 공중습도가 높은 저지대 계곡의 사면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의 암석은 대부분 조면암질 안산암이다. 따라서 지하수가 발달된 지역에서는 절리면 사이로 수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솔잎난이 선택한 환경은 수분이 공급되고, 수분손실이 적어 습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암석의 갈라진 틈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는 곳이다.

솔잎난은 절벽 끝에 매달려 자라는 강인함 때문에 예로부터 일본의 무사들이 아끼고 널리 재배하던 식물이다. 이 강인함은 자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적극 탐색하고 능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해 낸 솔잎난의 생존본능이 아니었을까?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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