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어린이재단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결연해 후원하고 있는 김금탁씨는 "도움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강경민기자
중학진학 포기 등 고난의 연속에도 자수성가 후 15년간 어린이들 후원 "남을 돕는 마음 아이들 이어갔으면"
"가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겠죠. 어릴적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었지만 남을 돕기 시작하면서 그 한은 보람으로 바뀌더군요. 우리 아이들을 얻은 것이 지금까지 내가 벌어놓은 전재산입니다."
지난 15년간 어린이재단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결연해 후원하고 있는 김금탁(48)씨. 그는 10여년전 제주시청 인근에서 제주시납읍자동차공업사를 차리면서 사장이란 번듯한 명함을 얻었지만 이전의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출신인 그의 유년시절은 굴곡의 그 자체였다. 태어난 이듬해 어머니를 여의고 15살때 납읍을 떠나와 제주시로 나왔다. 그것도 잠시, 중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은 직후부터 아버지가 병환으로 고생하다 생을 마치면서 두살 위인 누나(김유근)와 세상에 둘만 남겨졌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죠. 당시 부모님을 여의고 '고아'라고 느꼈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서울에서 공장을 다니던 누나의 권유로 15살 때부터 전자제품 선반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누나가 다니던 사장님의 친척집에서 살면서 다시는 아무도 없는 제주에 내려오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죠. 하지만 아버지의 임종 이후 서울에서 공장생활을 하다가 5년만에 제주에 돌아왔습니다."
그의 인생은 제주에 정착하면서 변화했다. 우연한 기회에 선배와 자동차정비업체(현 화북공업단지내 한일공업사)에 갔다가 적성에 맞아 그 때부터 정비기술을 배웠다. 손재주가 있던 터라 무일푼에서 돈을 모우기 시작했고 가정도 꾸렸다. 천영미(48)씨와 1남3녀를 둔 '부자'다.
"지금도 빚이 많지만 아주 행복합니다. 내년에 큰 딸이 결혼하고 대학 재학중인 아들과 딸도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좀더 나아지겠죠. 그러면 아이들 후원도 늘릴 계획입니다.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고 배워주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유니세프에 후원하는 등 가족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헛되지 않게 잘 살았구나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김씨는 어린이재단 후원뿐만 아니라 대한적십자사 봉사원이면서 후원자다. 또한 남문지구대 자율방범 대원이고 자치경찰 봉사대원으로 활동중이다. 공업사는 적십자 후원의 집으로 결연됐고 매년 1일 호프를 운영해 수익금으로 홀로사는 노인을 모시고 1일 관광도 벌이고 있다.
그의 봉사활동은 진행형이다.
"현재 삶을 만족합니다. 못배웠던 과거, 검정고시도 생각했지만 그조차도 '사치'였고 이제는 과거의 나처럼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에 감사하죠. 도움을 받은 이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가난이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이 대물림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