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제주의 '글로컬'마을을 가다]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신년기획/제주의 '글로컬'마을을 가다]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농촌마을 지역적 가치 접목한 창조적 융화가 해법
  • 입력 : 2012. 01.01(일)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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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의 폐쇄성을 탈피하는 '글로벌'의 가치와 독특하고 차별적인 문화가 융화해야 한다는 '로컬'이 융화할 때 진정한 글로컬 마을이 될 수 있다. 제주에서는 그 중심에 신문화 공간조성을 통해 글로컬 마을로 각광받고 있는 가시리가 있다. 사진은 가시리문화센터(사진 위)와 갑마장길에 위치한 조형물들.

"농촌마을 원형자산 밑천… 미래 설계 구상"
문화센터·목축박물관 중심 지역문화 움터

○…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화'를 통해 '스마트한 문화강국'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만큼 다양한 가치를 창조적으로 융화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다. '글로컬(glocal)'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 '글로컬'은 '글로벌 지역주의'로 해석되기도 하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편집자주>…○

이미 '글로컬'은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현지의 기업 풍토를 존중해야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에서도 '글로컬'적인 현상은 세계의 문화현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촌마을도 폐쇄성을 탈피하는 '글로벌'의 가치와 독특하고 차별적인 문화가 융화해야 한다는 '로컬'이 융화할 때 진정한 글로컬 마을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지역고유의 문화와 생태가 세계속 브랜드로 인정받는 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곳곳에는 '살기좋은 마을만들기'를 통해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도 적지않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글로컬 마을'로 변화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이다.

▶왜 이 마을이 뜨고 있나

가시리에는 '농촌개발사업' '신문화공간조성사업' '유채꽃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중이다. 지난 2009년에는 신문화공간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3년동안 가시리문화센터, 예술인 창작지원센터가 들어섰다.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마을을 찾은 지난달 22일 가시리문화센터에서는 한해 작업을 결산하는 전시회 '제라한 예술공작(共作)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다.

마을 인근에는 갑마장길도 개장됐다. 이달중 7억4000만원을 투입한 '제주목축박물관'도 문을 연다. 목축박물관은 표선면 가시리 산 41번지 내 연면적 495㎡ 2층 규모로 조성 중이다. 신문화공간조성 추진위원회는 '조랑말'을 테마로 박물관을 구성할 계획이다. 목축박물관이 조성되면 가시리가 보유하고 있는 목축문화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향후 유채꽃플라자(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갑마장길조성(친환경생활공간조성사업)등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을회관 별관을 일종의 '리 사랑방'역할을 하는 '디자인카페'로 리모델링한 공간도 주민들의 자랑거리. 마을 주요 사업들의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주민들간 원활한 소통·쉼터 공간을 마련했다. 오색 연필모형으로 알록달록 앙증맞게 치장된 건물이 '디자인 카페'이다. 440개의 마을 가구를 상징하는 440개의 연필모형은 주민 모두가 마을을 이끄는 기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사람들의 변화

가장 주목되는 것은 마을사람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 스며든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시리문화학교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적 감수성과 창조성 함양, 지역주민들의 문화와 생활·경제가 선 순환 가능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약초전문가 윤갑로씨는 주민들과 '약초기행'을 하기도 한다. 가시리문화학교는 지난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타악동아리 어린이영상 국궁 목공 천연염색체험 기공체조 댄스스포츠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정한다.

▲가시리 목축박물관 공사 현장(사진 위)과 문화센터 내부 모습. /사진=이현숙기자

문화학교 운영으로 1200여명이 사는 농촌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정경운 신문화공간조성사업추진위 부위원장은 "마을의 리더들과 주민, 문화예술인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은 '느리더라도 함께 하자'는 뜻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시리는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처음 시행된 '색깔있는 농어촌 마을 대상'에서도 제주시 '낙천아홉굿마을'과 함께 수상하면서 상금 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가시리는 마을의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활력 넘치는 즐거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글로컬'은 지역의 삶에 충실한 것이 되어야하고 생태 문화 공동체 등 삶의 질과 떨어져서는 세계적인 마을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지론이다. 지역의 전통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시리는 바로 마을의 잠재되어 있는 자원을 활용, 친환경적이고 마을 정서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마을의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하여 주민들이 활력 넘치는 즐거운 생활을 누리는 마을이라는 평을 얻었다. 또 유채꽃과 그린에너지가 어우러진 생명의 마을로 조성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이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소통, 교류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에 반가움을 표시한다.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을 이용한 '로컬 푸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공연장도 들어서 주민들이 언제든지 무대에 설 수 있다.

2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유채벌판'을 이용해 경관농업의 가치도 살리고 일본의 홋카이도 타키카와마을 처럼 유채기름을 활용한 수익창출도 꿈꾸고 있다. 유채를 이용한 소득사업으로는 유채 착유와 각종 음식 및 공산품 개발, 유채 종자 판매 등이 추진된다. 일본 홋카이도 지역 방문 당시 유채기름 착유회사를 만나 시장성을 이미 타진했다. 벤치마킹을 위해 수천명이 마을을 찾았다.

유지호 서귀포시 마을만들기팀장은 "마을의 자산을 밑천으로 주민들 스스로 주체가 되고,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가꿔가는 꿈을 꾸는 곳이 가시리"라고 소개했다.

지금종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프로젝트 매니저 "진정한 글로컬 가시리 꿈꿉니다"

"글로컬의 가치는 지역의 삶에 충실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대안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지금종 가시리 신문화공간조성사업 추진위원회 프로젝트 매니저(사진)는 가시리에 둥지 튼 예술인들의 하모니를 지휘하는 사람이다.

그는 대안적 공동체마을을 꿈꾸던 중 가시리에 둥지를 틀게 됐고 어렵지만 가시리를 그가 지향하는 공동체 마을로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를 중심으로 가시리에 둥지를 튼 예술인들이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는 기존 자생적 문화운동과 결합해 새로운 문화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2009년 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 사업은 마무리 단계로 마을에 이관할 시기가 코앞이지만 활성화 문제는 아직도 숙제"라고 말했다. 마을의 미래비전을 무엇으로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 마을, 글로컬 마을이 된다는 것, 어떻게 이해할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라 생태, 문화, 공동체 등에 대한 고민이 가장 우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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