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도 크기 정도의 이스라엘. 그 곳엔 예수의 '산상수훈(山上垂訓)'으로 유명한 갈릴래아 호수가 있으며 사해(死海), 즉 죽음의 바다도 있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해 주는 게 바로 요르단강이다.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는 하나의 강으로 이어져 있지만 지극히 대조적이다. 갈릴래아는 풍요로운 생명이 넘실거린다. 맑은 물 속에 노니는 많은 고기들, 호숫가엔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노래하는 '이스라엘의 젖줄'이다. 이에 반해 사해는 말 그대로 '죽음의 바다(The Dead Sea)'다. 소금기가 너무 많아 사람이 둥둥 뜰 정도다. 호기심으로 찾는 관광객 말고는 고기도 살 수 없고(일부 희귀종 열대어는 서식), 먹이가 없으니 새들도 깃들지 않는다. 거의 불모(不毛)지대에 가깝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다. 갈릴래아 호수는 상류로부터 흘러 내려온 물을 요르단강을 통해 다시 내보낸다. 때문에 항상 호수가 새로워지고 깨끗하여 생명이 넘쳐난다. 반면에 사해는 물이 흘러 들어와도 가두기만 할 뿐 밖으로 내보낼 줄을 모른다. 고인 물이 더 빨리 썩듯이 자연히 죽은 바다가 될 수밖에 없다.
받은 만큼 나누면서 소통하는 곳에는 생명이 꽃피고, 움켜쥔 채로 나눔이 없는 곳에는 죽음만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치 또한 이와 같다. 임진년(壬辰年) 새해 아침 칼럼의 첫 주제로 '소통과 나눔, 그리고 공감'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는 '안철수 열풍(熱風)'을 목도했다. 이 열풍은 쓰나미와 같은 기세로 한국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전혀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던 안철수씨(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며 쑥대밭이 됐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전격 당선된 것도 그 여세에 힘입은 바 크다. 안철수 열풍은 가히 '메가톤급 폭풍'으로 이어지며 그는 불과 몇달 사이 한국을 이끌어갈 차기 지도자감으로 떠올랐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안철수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안철수 원장이 보여준 '소통(疏通)과 나눔의 가치'에 상당수의 사람들(특히 젊은세대)이 크게 '공감(共感)'하기 때문이다. 이는 안 원장이 20~30대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로 꼽힌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같은 현상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변화(變化)를 요구하는 민심의 표출'로 읽혀진다. 그 기저엔 청년실업과 소통 부재, 과다경쟁과 사회 양극화, 이념 대립과 정치 불신 등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함축되어 있다.
이제 '소통과 나눔'은 시대의 화두(話頭)가 됐다. 정치권의 설익은 복지논쟁과 양극화현상 해소 정책 등도 그 산물이다. 올해 4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의 향방도 과연 누구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내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통과 나눔의 정신'은 제주도정(道政)에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몇년째 지역의 핫 이슈로 대두된 해군기지 문제만 하더라도 소통 부재(不在)의 전형이다. 개발사업 등과 관련 '파이를 키워 그 결실을 함께 나눠먹자'는 사탕발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근민 지사 등 도정의 책임자급 인사들이 '진정성'을 갖고 이들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제주자치도는 상서로운 흑룡(黑龍)의 기운을 받아 2012년을 '제주 대도약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선 도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소통과 나눔'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논설실장 kckim21@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