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내정說 '솔솔'… 公募制는 허울인가

[김계춘 칼럼]내정說 '솔솔'… 公募制는 허울인가
  • 입력 : 2014. 10.28(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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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도가 인사(人事)를 단행할 때마다 늘 내놓는 자체 촌평이 있었다. 이번 인사는 '연공서열 위주'라거나 '능력 위주 발탁'이란 부연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눈치 빠른 기자들은 이내 그 속뜻을 알아 차렸다. '특정인사' 기용과 관련 구설(口舌)에 대비해 사전에 방어막을 친 것으로, 기자들의 예상은 대부분 적중했다.

'연공서열'과 '능력위주'는 상황에 따라 따로 혹은 함께 쓰이기도 했다. 인사에서 한 번 뒤처지면 그만큼 자신의 꿈이 멀어지기에 공무원들은 인사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었다. 연공서열(年功序列) 위주란 발표의 경우엔 비록 탈락을 하더라도 스스로 위로할 수 있어 괜찮았다. 하지만 능력 위주는 내심 승진 등을 바라던 당사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됐다. 졸지에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烙印)이 찍히기 때문이다.

새삼 옛 인사 관행이 떠오른 것은 제주시장 등 원희룡 도정의 공공기관장 공모와 관련 갖가지 말들이 나돌고 있는데 기인한다. 지난 24일 3번째 공모가 마감된 제주시장엔 도내인사 7명과 도외인사 5명 등 총 12명이 응모했다. 또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 대표이사 자리엔 8명이 신청했다. 둘 다 도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다. 이밖에 인사청문이 필요 없는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놓고도 무려 11명이 지원했다.

공모만 마쳤을 뿐 이들에 대한 절차, 즉 면접이나 선발심사위원회 구성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세 곳 모두 이미 적임자가 내정됐다는 설이 시중에 파다하다. 제주시장은 누구, ICC 대표이사는 누구로 낙착됐다는 이른바 '내정설(內定說)'이다.

예컨대 제주시장은 소위 'S라인'을 등에 업은 K씨, ICC 대표이사는 도외에서 활동하다 원 지사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H씨,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금융권 출신들을 제치고 모 경제단체에 근무하는 또다른 K씨가 가장 유력하다는 식이다. 물론 이를 호사가(好事家)들의 단순한 입방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사람들의 인식이다.

공모제(公募制)는 선임절차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유능한 인재 발굴 등 제대로만 운영하면 최적의 대안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실제 내용이 일치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한 현실이다. 들러리를 내세운 채 '공모를 가장한 낙하산 인사'나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비판과 비아냥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휘둘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인사의 난맥상(亂脈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특히 집권 2년차인 지금까지도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최근의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나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건은 낙하산·보은(報恩) 인사의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사례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이같은 전철(前轍)을 결코 밟아선 안된다. 향후 전개될 제주시장 등의 인선은 원 지사의 행보와 관련 보폭을 넓힐 수도, 줄일 수도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제 주변의 나무만 바라보지 말고 보다 더 큰 숲을 찾아 나서야 한다. 도민사회 역시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의 기본'임은 아직도 유효하다. 앞으로의 인사가 제발 '망사(亡事)'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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