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당나라 군대'

[김계춘 칼럼]'당나라 군대'
  • 입력 : 2014. 11.11(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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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軍紀)가 빠지고 연전연패하는 오합지졸의 군대를 흔히 '당나라 군대'라 일컫는다. 그러나 이 말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그 연원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단지 여러가지 가설(假說)만이 존재할 뿐이다.

다음은 가장 그럴듯한 가설 가운데 하나. 청일(淸日)전쟁 때 청나라군과 맞닥뜨린 일본군은 그들의 전투력이 너무나 형편없음을 알고 진짜 군인이 맞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청군이 군복은 입었으나 '가짜 군대'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일본어 가라(가짜, 唐도 일어로 '가라'라고 발음)와 맞물려서 '당나라 군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막장군대인 중국국민당의 군대를 줄여서 '당군'으로 불러왔다는 설, 군기가 빠져 싸우지는 않고 꾸벅꾸벅 졸기만 하는 모습의 '닭나라 군대'가 당나라로 와전됐다는 설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당나라 군대'를 둘러싼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오합지졸(烏合之卒)의 군대'를 칭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대한민국 국군이 최근 들어 '당나라 군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각종 비리와 추문은 끝이 없으며 그 밑바닥조차 보이질 않는다. 22사단 병사의 총기 난사사건에서 촉발된 군발(軍發) 사건사고는 급기야 사단장의 부하 여군 성추행과 육군대장의 음주 추태 및 영관급 장교간 맥주컵 폭행사건으로 이어졌다. 가히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할 정도다.

방산(防産)업체나 군납관련 관계자도 썩을 대로 썩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최신 구조함정인 통영함만 보더라도 그렇다. 2년 후인 2012년 진수식(進水式) 때 군은 15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순수 국내기술로 건조했으며, 최정예 전력을 갖춰 해양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통영함은 올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시 옴짝달싹도 못했다. 핵심 구조장비 등이 불량품으로 밝혀진 것이다. 음파탐지기 성능은 1970년대 구닥다리였다. 그것도 2억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40여억원의 통바가지를 쓰는 등 불량을 눈감아주고 뒷돈을 받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자행되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탄약과 소총에서부터 대포와 탱크, 심지어 전투기까지 온갖 부실과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들이 돌출될 때마다 뼈를 깎는 혁신(革新)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화된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문제 발생시 관련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기에만 급급했으며 그 '유구한 전통'은 오늘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각종 비리와 추문들은 대한민국 군대의 참담한 현실이자 적나라한 '민낯'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같은 군의 위상은 국가의 존망(存亡)마저 위태롭게 한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군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개조론(改造論)'을 부르짖었으나 여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저변에 정쟁이 일상화된 정치권이나 모든 책임을 '네 탓'으로 돌리는 국민들이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날개는 커녕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는 '당나라'에 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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