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광만큼 독특한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풍광만큼 독특한 역사와 문화
어린이 제주 인문서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
  • 입력 : 2012. 03.31(토)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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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목숨을 걸고 와야 하는 먼 섬이었던 제주는 색다른 풍토로 뭍 사람들을 맞이한다. 돌하르방을 비롯해 검고 구멍이 숭숭 뚫린 돌은 '마치 시가전 장벽 같다'고 표현할 만큼 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또 지붕을 띠로 꽁꽁 싸매야만 지킬 수 있는 모진 바람은 수십 가지가 넘는 바람 명칭을 탄생시켰고, 바람을 아예 신으로 모시게 할 만큼의 두려움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사방을 둘러싼 바다와 거친 파도는 바다로 나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지리적 위치가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낳았다면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이 겪어왔던 온갖 역사적 사건들은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탄생시켰다. 해상 왕국 탐라는 고려 시대 제주로 바뀌며 사라졌고, 고려와 몽고의 지배를 동시에 받게 된다. 몽고인들은 제주에 목장을 설치해 자신들의 말을 생산하는 기지로 삼았으며, 몽고가 철수한 뒤에는 고려와 조선 정부가 제주의 말을 진상받았다.

귤 한 개, 말 한 마리까지 적어 놓고 거둬가는 중앙정부의 수탈과 엄청난 수량의 전복 및 소라 공납을 견디지 못해 수많은 남자들이 섬을 떠나자 남은 여자들이 해녀가 돼 그 몫을 짊어지게 됐다. 이에 나라에서는 '출륙금지령'을 내려 제주사람들은 200년간 배를 띄울 수도 없고, 허가증이 있어야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재수의 난과 4·3사건 등 지울 수 없는 고통과 비극이 이어진다.

지난 30여 년간 제주 문화와 역사를 연구해 온 주강현 제주대학교 석좌교수는 제주를 단순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어린이 제주 인문서를 펴냈다. 저자의 말대로 '육지에 딸린 섬'이 아니라 '태평양으로 한 걸음 나아간 섬'으로서 악조건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버텨 온 제주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조혜주 그림. 아이세움.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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