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절망과 희망은 한 글자 차이 뿐

[편집국에서]절망과 희망은 한 글자 차이 뿐
  • 입력 : 2012. 04.02(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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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1주년을 맞아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외무성 초청사업의 일환이다. 일본은 대지진 1주년을 맞아 신뢰회복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한 홍보에 총력전을 펴며 각종 불안 수치에 대해선 '있는 그대로의 공개원칙'을 천명했다. 일주일간 원전과 쓰나미·지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5개 도시를 둘러봤다. 1년이 흘렀지만 당시의 처참함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다만 일본은 처절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문제는 땅에 떨어진 신뢰회복이 생각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전 폭발 당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말바꾸기와 안일한 대응과 발표가 부른 후유증이다. 또 각종수치와 전문가의 불안한 미래전망도 정신적 혼돈을 가중시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지점엔 방사능 1년 허용 기준치의 150배 이상의 수치가 아직도 기록되고 있다. 이 때문에 통행제한 반경을 넓히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올 들어 진도 5이상 지진이 기록된 날만도 28번이나 되고 있다. 전문가 그룹은 수년사이에 진도 7이상 큰 지진을 예고하고 있다. 지진활동 또한 평년에 비해 6~7배 증가했다. 이 수치들이 일본의 재건 속도를 발목잡고 있다. 외무성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격적 홍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어로 된 팸플릿을 10수종 만들어 모객 활동에 나서고 있다. 원전폭발의 진원지인 후쿠시마의 노력은 더 애처롭다. 지난해 3월 11일 이후 이 지역의 한국관광객은 발길이 뚝 끊겼다. 골프장과 숙박업 등 관광객 50~70%가 한국인이었으니 곤란은 알 만하다. 센다이 공항 한국 직항 노선은 현재까지 폐쇄된 상태다. 한국정부는 후쿠시마 등 일부지역을 여행 제한구역으로 정해놓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이들 지역 방사능 수치를 매일 측정해 공개하는 등 안전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의 상당한 노력으로 희망 섞인 수치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맥 못추던 일본 경제는 더딘 속도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지진은 일본 경제에 큰 부담요인이다. 2100억달러(약 234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낸 피해를 복구하려면 향후 10년간 22조원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세금을 올리고 국채을 발행해야 하나 녹록치 않다. 쓰나미 피해로 공터 등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쓰레기나 해안가에서 밀려온 선박들 일부가 도시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게 현실이다. 대지진 참사의 복구와 수습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국민이 방사능 공포에 더 불안해 하듯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허나 현실은 우리도 불안불안하다. 원전에 전기가 끊기고 비상발전기가 10분간 안돌았지만 묵살하는 심각한 업무해이가 있었다. 일본이든 우리든 기계가 아닌 사람때문에 생긴 재앙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 원자력 수출 세계 6위 국가다. 우리도 원전에 대한 안전감시체계의 철저한 구축과 함께 국민불안요인을 털어내야 한다. 절망과 희망은 한글자 차이 뿐이다. 위기의 기와 기회의 기는 한자로 같다. 일본 내각 총리대신이 밝힌 '소생을 위한 새로운 결의'가 현실화 될 날을 기대한다.

<오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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