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인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35)씨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개봉된 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의 엄마로 출연했다. 다문화(多文化)가정의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이 영화는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 식당에서 허드렛 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를 표현한 자스민씨의 연기는 영화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녀는 항해사인 한국인 남편을 만나 1995년 결혼하고 1998년엔 귀화(歸化)도 했다. 한국에서만 18년을 살았으며, 고등학생인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두고 있다. 2년 전 여름휴가 때 물에 빠진 딸을 구하려던 남편이 변을 당한 후 혼자서 가족을 부양 중이다. 이자스민이란 이름도 '한양 이씨'란 한국 성(姓)을 정한데 따른 것. 서울시 외국인 공무원 1호로 그동안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15번)로 공천되며 이자스민씨의 수난이 시작됐다. 선거기간 내내 '학력위조' 문제가 그를 괴롭혔다. 대학 생물학과를 중퇴했는데도 방송에서 '의대'로 호도(糊塗)했다는 게 요지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는 논란이 더욱 가열됐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이버상의 공격은 도(度)를 넘어섰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매매혼(賣買婚)으로 팔려온 X이 뭘 안다고 정치를 해"라는 원색적인 비난의 글을 올렸다. 또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거나 "대한민국의 등골을 빼먹는 다문화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등의 비난 글이 무차별적으로 나돌고 있다. 가히 '제노포비아(Xenophobia = 외국인 혐오증)'를 방불케 한다.
'사이버 테러'나 다름 없는 이런 흐름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사건 이후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범인이 조선족 중국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글이 쏟아졌었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 미국 오클랜드주에서 일어난 한국계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미국사회가 보인 반응과는 아주 딴판이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지만 대부분의 언론과 누리꾼들은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을 뿐, 한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반감(反感)을 드러내진 않았다. 오히려 "총기소유 등 미국사회의 문제가 낳은 결과"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100만명이 넘는다. 그 중에 자스민씨 같은 결혼이주민은 21만명, 그들의 자녀만도 15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우리의 의식은 이같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이버상의 인신공격성 글들은 이자스민 개인은 물론 새누리당도 함께 겨냥하고 있다. 그 기저엔 실업난과 사회 양극화(兩極化)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노포비아'적 공격들을 비판하고 자성하는 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만큼 건강성을 유지하는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이자스민씨는 국회의원 당선 소감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저는 대한민국의 며느리이자 대한민국 아이의 엄마다. 앞으로 우리사회 주변의 사각지대를 찾아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