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칼럼]아주 아쉬운 기억

[김계춘칼럼]아주 아쉬운 기억
  • 입력 : 2012. 05.01(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논란'의 와중에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1970년대 초의 일이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필자는 한때 신성여중고에 보낼 수선화(우리는 '몰마농'으로 불렀다) 캐기에 바빴다. 향리(鄕里) 출신인 고승욱(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의 주선으로 자매의 연을 맺은 신성학원에 전달할 우리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당시 학교 간부를 맡았던 관계로 선생님과 함께 트럭 1대에 수선화를 가득 싣고 신성여고를 방문했었다. '몸빼바지'를 입은 누나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비록 중고책이지만 수선화 양만큼의 책보따리 선물을 받고 '금의환향'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필자가 다시 신성여고를 찾은 것은 시내 고교에 진학한 이듬해였다. 당시만 해도 '금남(禁男)의 집'이었던 신성여고 교정은 꽃 향기로 가득했다. 시골 지천에 널려 있던 '몰마농'이 신비와 고결(高潔)함을 상징하는 '수선화'로 탈바꿈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아련한 추억(기억)은 그걸로 끝이었다. 신성학원이 도남동으로 이전하면서 옛 자취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성학원 재단측에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어 그 자리를 녹지공간으로 보존하고 적극 활용했다면 미국의 뉴욕을 뉴욕답게 만드는 '센트럴 파크'에 버금가는 '명소(名所)'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에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시민복지타운은 당초 '중앙시민공원'으로 출발했다. 대규모의 분재원과 식물군락지, 잔디광장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쉼터로 제공하기 위한 민선(民選) 1기 고민수 제주시장의 야심차고 원대한 구상이었다. 그 기저엔 신성학원 등의 사례와 지금이 아니면 도심권에 더 이상의 녹지(綠地)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러던 것이 김태환 시장 시절 '시민복지타운'으로 축소 조정되며 시청사를 이전하기로 결정됐다가 지난해 연말엔 이마저도 백지화(白紙化)됐다. 막대한 예산 등의 문제와 시청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주원인이었다. 그리고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민간 투자유치를 통한 사업 추진이었다.

그러나 막상 사업제안서를 받은 결과 6개 업체 중 5곳이 아파트 개발업체였다. 자칫 시민복지타운이 아파트단지로 전락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무리 고육책(苦肉策)이라지만 이는 결코 안될 일이다. 아파트단지 건설은 제주시 원도심 공동화(空洞化)를 더욱 부추길뿐 아니라 무엇보다 시민복지타운 조성 취지와도 맞지 않다. 공익성(公益性)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혈세로 업자들 배만 불린다는 특혜 논란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게 '제주시민공원' 조성이다. 이 구상은 시청사 부지를 포함 6만3738㎡를 녹지와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것. 마침 시청사 예정부지 북쪽엔 이미 1단계 광장조성이 마무리 됐고, 2단계 사업도 진행 중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시민공원 조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시청사 이전을 전제로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의 거센 반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시·제주도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야 말로 도심에 대규모의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제주자치도는 모든 책임을 제주시에만 돌리지 말고 토지주 설득 등 새로운 해법(解法)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