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 등이 지역언론과 간담회를 가졌다. 인터넷 언론사 기자만이 참석한 간담회는 예정에도 없던 자리였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요구한 크루즈 입출항 관련 3개 케이스에 대해 16일 오후 늦게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의 요구 조건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도 크루즈 이동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강변(强辯)했다.
이같은 국방부의 입장은 하루 전의 태도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국방부는 제주도의 불참으로 16일 '검증회의'가 무산(霧散)되자 관계관을 파견해 그 책임을 전가하며 강하게 성토했었다. 국방부는 "제주도가 당초 합의한 내용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파기했다"며 "도가 요청한 3개 조건변수는 '재연(再演)'이 아니라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외면했던 국방부였다. 하지만 바로 그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문가들만 참여시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제주자치도를 철저히 무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언론에 흘리면서도 공식 대화채널인 도정엔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설명조차 없었다.
언론간담회까지 자청했던 국방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실무적인 검토 차원"이라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국방부나 해군의 공식 시뮬레이션은 아니"라는 변명이다. 더욱이 정부측은 제주자치도가 시뮬레이션 재연 하루 전에야 '추가 요구사항'을 요청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도가 요청한 시점은 이보다 5일 앞선 11일로, 이 또한 허위(虛僞)로 드러났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부측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信賴)는 현재 금이 간 상태다.
제주자치도의 행태도 불신(不信)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도는 21일 T/F 회의에서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 확인과 관련 자체적인 검증을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용역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격이다.
문제는 '자체 시뮬레이션'이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데 있다. 제주도가 미적대는 사이 '구럼비'는 거의 파괴되어 신음조차 지를 기력이 없다. 또 용역기간(약 1개월)을 감안하면 해군기지는 육상공사에 이어 해상공사까지 상당히 진척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안전성 검증'을 한 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제주도정이 도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 한다면 이미 한달 전에 종료된 '청문(聽聞)' 결과를 토대로 '공사 중지' 여부부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시뮬레이션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간 벌기'나 '명분 쌓기용'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역사적 책임까지 망각한 처사가 될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법제처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핵심 내용은 "군사기지법 및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이 충돌되어 사실상 제주해군기지의 무역항 지정은 아무런 실익도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 근거로 민변은 여객선이 입출항하려면 관할 부대장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고, 부대장의 판단에 따라 정박중인 크루즈선박의 강제퇴거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을 꼽았다.
국방부와 제주자치도는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答)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