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헬스케어](18)분자진단과 맞춤치료의학

[제주건강보고서 헬스케어](18)분자진단과 맞춤치료의학
유전자 특징 알면 '맞춤형 치료법' 보인다
  • 입력 : 2012. 06.01(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자가 장비를 가동시켜 환자의 혈액, 소변, 대변, 기타 각종 체액 등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주대병원 제공

2000년 인간 유전자 지도 완성
혈액·소변·각종 체액 등 검사
유전자 정보 효율적 관리 과제

▲김영리 교수

의사는 병을 진단하기 전에, 또는 치료 중에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 그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피검사이다. 사람 몸의 피나 소변 등의 각종 체액을 병원에서 채취하고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대부분의 병원에는 환자의 혈액, 소변, 대변, 객담, 농, 기타 각종 체액을 모아 놓고 검사를 시행하는 '진단검사의학과'라는 과가 있다. 그 곳에서 검사자들이 여러 가지 장비를 가동시키거나 수기로 검사를 시행하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검사결과를 보고한다. 제주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영리 교수의 도움으로 분자진단과 세포유전 검사 등 진단검사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인체유래 검체에 대한 검사 중에 화두는 단연 분자진단검사이다. 과학수사의 범인식별, 친자감별에 등장하는 '유전자검사' 란 용어도 이런 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분자진단검사는 DNA나 RNA를 대상으로 유전자(gene, 유전의 기본 단위에 해당하며, 염색체에 일렬로 배열된 DNA의 일부로 특정 단백질에 해당하는 유전부호를 갖고 있어 유전자의 발현을 통해 개별적 특성 또는 기능을 나타낸다)에 대한 검사를 분자생물학적 또는 분자유전학적 기술로 시행하는 검사를 말한다. 적용 분야는 유전질환, 종양, 감염질환, 만성질환, 개인식별 및 개인의 다양성 검사로 나눌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5개국이 2000년 6월에 발표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는 인간 게놈(genome, 유전체; 개인 또는 종의 염색체에 있는 모든 유전정보를 포함하는 DNA 염기순서)에 있는 약 30억개의 염기서열 정보를 알아내고, 23쌍 46개의 인간의 염색체 중에 중요한 유전자의 위치를 표시한 일종의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그 후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염색체 상의 위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흔히 유전병이라 일컫는 연골무형성증, 듀센근육퇴행위축 등의 단일유전자질환(한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질병) 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암, 치매 등이 복합유전질환(여러 유전자의 이상이 합쳐지고 때로는 환경적 영향까지 추가돼 발생하는 질병)에 해당함을 알게 됐다. 근래 들어서는 '유전자 체질' 이란 용어를 쓰며 질병에 걸리는 신체적, 정신적 성향 및 치료에 대한 반응을 설명하기도 하고, 개인의 유전자와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하거나, 약물 농도를 조절하는 '맞춤치료의학'이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분자진단검사는 강직성척수염(HLA-B27유전자 양성) 등 유전질환의 진단, 만성골수성백혈병(BCR/ABL유전자 양성) 등 종양의 진단외에도 2009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와 같은 감염병의 신속 진단에 이용됐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밝혀낸 이러한 인간 자신의 유전정보는 질병과 싸우며 지키고자 하는 인류의 생존에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설 유전자 검사기관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유전자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장수 유전자', '치매 유전자', '우울 유전자', '지능 유전자', '롱다리 유전자' 등으로 선전하며 검사를 시행하고, 개인의 유전정보에 대한 보호 및 관리도 허술해 사회적 낙인, 차별, 범죄적 악용에 노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발효해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하고, 유전자검사의 상업적 이용제한과 함께 유전자검사기관의 정확도를 관리하고 있다.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암, 강직성척추염, 신장, 비만, 우울증, 장수, 지능, 천식 등 20가지 유전자검사에 대해 제한 또는 금지 조치했다.

그러나 유전자검사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실시된 규제가 복합유전질환(당뇨, 고혈압, 암, 알츠하이머, 골다공증, 관상동맥질환 등)의 분자진단의 적용에 어려움을 야기하고 질병 예측 및 예방에 제한이 있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공공 부분에 있어 유전자검사에 대한 국가적인 평가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해 정부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와 대한법의학회가 함께 2005년에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인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을 통해 유전자검사기관에 대한 정확도 평가를 하고, 무분별하고 부정확한 유전자검사를 차단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질병의 진단 및 치료 효과 판별을 위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유전자검사동의서'를 받아야만 유전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그리고 검사물을 검사 후 바로 폐기 할 것인지, 의학발전을 위해 '인체자원은행'에 연구 검체로 기증해 보관할 것인지를 환자 및 보호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더불어 의학연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들이 잠재적인 모든 연구 참여자(환자 및 건강 대조군)의 존엄성, 권리, 안전 및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의약품 임상시험관리기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의사, 법학자, 종교인, 윤리학자, 통계학자 등으로 구성된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자의 연구설계 및 시행, 완료 후 연구결과 보고 중에 연구 참여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특히 유전정보의 보호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심의하고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56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