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화로 풀어보는 삶과 주거공간

제주 신화로 풀어보는 삶과 주거공간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신화와 건축공간'
  • 입력 : 2012. 06.08(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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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존재 이유는 사람을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에 지어지는 어떤 건축물들은 마치 그것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압적이기만하다. 그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결과다.

건축의 본래 의미와 인간의 삶을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을 중심에 놓고 기후나 바람, 바다와 산 등 지리적 측면과 풍습이나 가족관계, 외부세력과의 문제 등 문화적 측면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건축물에 접근한다. 나아가 인간과 건축물이 상호작용하며 변천해온 역사를 제주지역 신화를 중심으로 풀어헤친다.

저자가 말하는 건축물은 일반적인 모든 건축물이 아니다. 수많은 건축물 중에서도 우리가 집이라고 말하는 주거공간으로서의 건축물을 말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도 주거공간으로서의 건축물과 그 가치다.

건축디자인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도 건축사이지만 이를 위해 사회와 인간의 삶에 주목하고 철학과 한국학을 공부했다. 사회와 삶에 연계해 해석한 건축은 더욱 폭넓은 세계를 보게 했고, 신화에서까지 건축을 찾게 했다. 사람이 있고 삶이 가꾸어지는 건축공간이 바로 그가 꿈꾸는 건축과 건축인 상이기 때문이다.

집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소재 가운데 소위 '본풀이'라고 하는 제주도의 신화를 이용한 것도 특이하다. 제주도의 '문전본풀이' 신화에서 건축공간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메타포가 담긴 사실을 찾아낸다. 그러한 메타포는 단지 신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방식에서 늘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신화를 읽어가는 방식에서 인간이 늘 사용하는 상징과 은유적 표현을 이해하게 하고, 이러한 심층의 구조를 밝혀가는 여행은 건축공간을 이해하는 방법적 토대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건축공간의 섬세한 해독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후기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집은 시각적인 디자인보다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건축을 전공하고, 또한 철학과 한국학을 공부한 사람답게 다양한 방식으로 제주도의 신화와 건축공간에 접근해 색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신화가 지배하는 주거공간과 삶이 보여주는 사회, 환경에 대처하는 건축과 인간이 만들어가는 신화를 만날 수 있다. 양성필 저. 생각나눔.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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