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관광인 '제2의 삶' 김기홍씨

[어떵살암수과]관광인 '제2의 삶' 김기홍씨
은행원서 관광업체 사장으로 변신
  • 입력 : 2012. 06.08(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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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에서 조기 퇴직한 김기홍씨는 관광업체를 인수해 시설 개선과 친절 마인드로 관광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씨는 국제관광박람회 등에 참가해 제주관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사진=표성준기자

은행 지점장 조기퇴직 시련 딛고 관광업 과감한 투자
시설 개선 후 제주역사 담은 차별화된 '마상쇼' 구상

"은행 다닐 땐 그 일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살았지요." 은행 지점장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던 김기홍(57)씨는 그러한 삶이 인생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경추협착증'으로 수술을 받고 한직으로 물러났던 그는 정년을 4년이나 앞둔 지난 2010년 12월말 조기 퇴직해야 했다. 은행원으로만 살아온 그에게 은행 밖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딱히 할 일을 찾지 못했던 그는 지인의 요청으로 도의원 선거사무소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 후보가 무투표 당선이 된 것은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활용하고 회계능력을 발휘하려던 그에게는 오히려 시련이었다. 다행히 은행에 있을 때 대출 관계로 친분을 쌓은 지인으로부터 제주지역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기업을 맡아서 운영해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8개월 정도 사장으로 부임해 기업을 운영했는데 '마상쇼' 업체 인수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어요. 마침 다른 관광업체를 운영하던 지인과 공동 투자하기로 의견을 모아 과감히 투자하기로 결심하게 됐지요." 지난해 3월 그렇게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소재 '몽골리안 마상쇼'를 인수한 그는 1년간 시설 개선에 힘을 쏟았다. "하루 관람객이 300~400명이 고작인데다 그나마 쇼를 구경하던 관광객들이 중간에 코를 막고 나오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죠." 실내에서 많은 말들이 뛰어노는 마상쇼인지라 악취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환풍기 10개를 추가하고 양돈장에서 사용하는 악취 제거용 미생물을 살포하면서 방역소독도 빼먹지 않았다.

"비오는 날 실내관광으로 몰리게 되는 것을 고려해 비가림 시설을 개선하고 은행에서 몸에 밴 친절 마인드를 적용해 대표인 제가 직접 몽고 전통복장을 입고 관광객을 맞으니 직원들도 친절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몽고에서 직접 조련사를 초빙해 '쇼'의 수준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효과는 금새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리를 이탈하는 관객이 눈에 띄게 줄더니 찾아오는 관객도 부쩍 늘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 거죠. 큰 돈을 번다기보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은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에게는 지금도 꽤 규모 있는 회사에서 사업을 같이 하자거나 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제주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이상 다른 길은 이미 생각에서 떨쳐버렸다. 지난 4월에는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에 가서 제주 관광을 홍보하고 5월에는 '킨텍스 여행박람회'에서 업체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조선후기 제주의 대표적 유학자인 조천 출신 김희정의 4대손인 그는 최근 그동안 집안에 전해 내려온 자료를 모두 공개해 사학계의 큰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면암 최익현의 제자이기도 한 김희정은 한말 제주의 의병항쟁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한 배경에서인지 그도 비록 몽고인들이 펼치는 마상쇼이긴 하지만 제주의 역사를 담은 차별화된 공연을 구상하고 있다. "몽고의 100년 지배를 받으면서 목축기술이 도입되고 제주의 마산업을 육성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그와 접목해 새로운 볼거리와 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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