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제주시 선흘1리 박현수 이장

[만나고 싶었습니다]제주시 선흘1리 박현수 이장
"원시의 숲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죠"
  • 입력 : 2012. 08.31(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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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이 동백동산을 생태계의 보물창고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는 선흘1리 박현수 이장. /사진=강희만기자

생태자원 등 엮어 첫 '선흘곶축제'
주민들 '동백동산' 마을자산 인식

제주시 조천읍 중산간에 위치한 세계자연유산마을 선흘1리. 화산섬 제주의 독특한 지형인 곶자왈의 생태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동백동산' 마을로 통하는 곳이다. 아담하고 조용한 이 마을에선 지난 25일까지 '선흘곶축제'가 한바탕 열렸다. 원시의 숲과 생명이 살아있는 동백동산이란 생태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속속 마을에 둥지를 튼 생태·문화·예술 등 다양한 친환경 체험공간에서 진행중인 프로그램을 함께 엮어 마을축제를 열어보자는 주민들의 구상이 구체화된 마당이었다.

축제를 위해 주민과 체험공간 운영자들과 수 차례의 회의와 전문가 자문을 얻으며 동분서주했던 박현수 이장. 박 이장은 "마을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묶으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마을을 널리 알리는 홍보효과까지 축제가 가져다준 기대 이상의 소득에 주민들이 적잖이 고무돼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마을안 선흘분교에서 개막한 축제는 마을과 학교의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사진으로 펼쳐냈고 밴드공연, 꽃모종 나눔, 국수마당 등으로 종일 잔칫집마냥 북적였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고 고향을 떠나사는 이들도 찾아와 함께 했다. 그리고 축제는 25일까지 이어지며 마을안에 있는 제주쌈장·산나물 비빔밥·유기농 빵과 쿠키 만들기와 핸드드립 커피 체험장에서 관광객을 맞았다. 생태 전문가와 곶자왈지대인 동백동산을 걸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치유의 힘을 얻는 생태탐방도 함께 진행됐다.

축제의 구상은 생태탐방에 대한 관심 고조로 동백동산을 찾는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는데서 출발했다고 했다.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이면 수 백명이 동백동산을 찾지만 탐방을 마치고 마을을 빠져나가면서 마을에 별다른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던 터였다. "전문가의 도움도 있었지만 2~3년 전부터 마을에서 하나 둘씩 다양한 체험공간을 운영중인 이들과 수차례 머리를 맞대면서 부족하지만 주민들 의지로 마을축제가 가능했다"는 박 이장.

1970년대 이전만 해도 동백동산은 마을주민들이 숯을 구워내던 생활터전이었다. 국내 최대규모의 상록활엽수림이 발달하고 멸종위기종 등 희귀동식물의 서식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1년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사유지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면서 못마땅해하는 주민들도 적잖았다. 하지만 수 년 전부터 생태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곶자왈로, 생태관광과 환경교육의 현장으로 주목받으면서 마을주민들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박 이장은 "최근 산림청과 제주도에서 사유지인 동백동산의 상당면적을 사들였고, 주민들도 생태계의 보물창고임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내 자산에서 우리마을의 자산'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 자연스런 변화"라고 말한다.

동백동산 진입로 인근에 탐방객을 위한 주차장과 탐방안내소를 포함한 관리시설 조성 등 마을에서 희망하는 사업에 대한 관련부서의 실사가 진행중이라는 박 이장. 하지만 박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의 고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 고민은 다름아닌 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만큼 이를 지역주민의 소득과 일자리 창출 등 마을발전으로 연결시키는 일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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