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포르노, 그리고 아동 性범죄

[김계춘 칼럼]포르노, 그리고 아동 性범죄
  • 입력 : 2012. 09.04(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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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그리스어의 '포르니(매춘부)'와 '그라페인(쓰기)'에서 유래됐다. 원래는 매춘부의 생활을 묘사한 모든 예술 또는 문학작품을 가리켰다.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적 증거는 디오니소스(풍요와 술의 신)를 경배하던 고대 그리스 축제의 외설(猥褻)스런 노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르노그래피는 로마 시대에도 존재했다. 1세기에 그려진 폼페이 벽화는 온통 춘화(春畵)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포르노'는 무슨 말이든 줄여쓰기를 좋아하는 일본의 잔재. '야동(야한 동영상)' 등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음란물을 통칭한다. 이견(異見)은 있지만 범죄 전문가들은 음란물 탐닉과 성폭행 사이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아동 음란물의 경우 '롤리타 콤플렉스(소아 애호증)' 소유자 등 아동 성도착자(性倒錯者)에게 성범죄를 불러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7월 경남 통영 초등학생 성폭행 미수 살해범은 컴퓨터에 아동 음란물 70여편을 갖고 있었다. 2010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한 범인도 범행 전날 아동 음란 동영상을 50여편 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의 범인인 고모씨 역시 경찰에서 "일본 아동 포르노를 즐겨 봐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하고 싶었다. 술을 마시면 그런 충동을 더 강하게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포르노가 성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조속히 근절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비판 여론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빨간 마후라' 소동(騷動) 때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었다. '빨간 마후라'는 포르노를 본 남녀 중고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집단 성행위를 하며 이를 촬영한 뒤 학생들에게 유포한 사건으로, 국내 '아동 포르노'의 원조(元祖) 격이다.

당시 관련당국은 호들갑을 떨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제작 및 유통 여건이 좋아지고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더욱 확산 추세다. 그런데도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아직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국회가 2009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개정해 아동 음란물을 소지한 사람에게도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으나 '소지했다'는 이유로 처벌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안이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아동 포르노물의 인터넷 공개를 원천 금지(禁止)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앨라배마주의 60대 목사가 아동 음란물 두 편을 소지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의 20대 남성은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재삼 깊이 되새기고 참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성범죄는 우리 사회 병폐(病弊)의 한 단면이기에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려선 안된다. 정부는 일시적인 미봉책에서 벗어나 제도 정비 등 전반적인 보완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동 음란물과 관련 '세계 6위 생산대국'이란 오명(汚名)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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