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계기로 서귀포시 도심에 자리잡은 하논분화구 복원과 보전을 위한 새 전기가 마련됐다. 사진은 하늘에서 촬영한 하논과 하논 복원시뮬레이션 결과 모습(작은 박스). /사진=한라일보 DB
압도적 지지로 발의안 채택 권고 국제사회 공감대 구축정부 역할 강조 국가사업 추진 발판… 청와대도 큰 관심정부프로젝트 추진위해 후속대책·범도민 의지 결집해야
짧게는 10년간의 여정이었다. 지난 2002년 야구전지훈련장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세워지면서 촉발된 하논분화구 문제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계기로 이제 국제적 관심속에 복원과 보전을 위한 새 전기를 맞았다. 서귀포시 도심에 자리잡은 하논분화구 복원과 보전을 위해 도민들의 열정적인 노력과 집념의 결과 기적같은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발의안 채택 의미=IUCN 이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을 압도적 지지로 채택한 것은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하논의 가치를 국제적 관심사로 공유하고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해 가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회 개막식 축하연설에서 이례적으로 하논분화구 복원을 직접 언급하면서 깊은 관심과 이해를 표명했다. 이를두고 전문가들은 "이제 하논복원이 청와대에 입성한 것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논분화구 복원계획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추진동력을 발진시킨데 이어 IUCN 회원들은 이 계획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냄으로써 세계 과학자들의 공감대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하논분화구의 어제와 오늘=지금으로부터 약 5만년 전 제주도 일대의 지각변동 과정에서 강력한 수성화산의 폭발로 세계적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경관의 마르형 화구호수가 만들어졌다.
빙하기를 거치며 이 호수 바닥에는 지구생태계의 변천과정에 관한 귀중한 정보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지구환경의 변화를 기록하며 보존돼 왔던 하논분화구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약 500년 전쯤 분화구 한쪽 언덕을 허물고 물코를 틀어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논'(큰 논)이다.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분화구의 훼손도 빨라지고 있다. 2002년에는 야구전지훈련장으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득세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환경자산에 대한 시대적 가치와 인식이 달라졌다. 환경분야 지구촌 최대 국제회의인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제주 하논분화구 복원·보전'이 제주형 의제(발의안)로 선정되고 채택되기 까지는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발의안 무엇을 담았나=제주WCC에서 채택 통과된 하논 발의안은 하논이 심각한 난개발의 위협을 받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하논분화구 복원·보전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들)에 대해서는 자연환경복원 종합대책을 수립·시행하고 보전대상지가 더 이상 훼손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하며 보호관리프로그램, 환경교육 등 친환경적 활용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하논분화구 복원이 WCC 의제로 채택된 것은 끝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넘어야할 많은 고개 중 이제 겨우 몇 고개를 넘었을 뿐이다. 토지가 대부분 사유지이고 1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이 사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환경부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수정안에 이 사업의 주체와 관련 '정부' 대신 '정부들'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정부의 역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그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하논분화구 범국민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인 국민대 김은식 교수가 제기한 발언은 매우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김 교수는 발언을 통해 "권고안에는 제주도민들의 바람이 담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하논의 가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는 만큼 특별히 중앙정부의 핵심적 역할을 견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자연제주 이석창 대표는 "정부는 과학적 검증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복원프로젝트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충석 범국민추진위 공동위원장은 "하논 분화구 복원이야말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본정신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 현실화
"제주의 경험과 지식세계의 모델로…"
보호지역 관리시스템 발굴 표준화된 모델 보급국제기구와도 협력·통합관리법 제정 등 명문화항공에서 촬영한 한라산 전경
12일 IUCN 회원총회에서 수정제안 없이 채택된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 체계 구축안'인 경우 당초 제주도가 제출한 발의안 제목에 있던 '제주'라는 문구를 제외한 대신 본문에 '제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리 메뉴얼을 개발하고 보급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발의안의 경우,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으며, 제주를 모델로 하되 대상 범위는 포괄적으로 넓히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주자치도 김양보 WCC 총괄기획팀장은 "당초 발의안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에서 촬영한 한라산 전경
▶발의안 무엇을 담았나=이 발의안은 우선 제주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과 4곳의 람사르습지, 세계 신7대 자연경관 등 국제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보호지역이 혼재돼 있는 세계적 수준의 환경보전지역임을 국제사회가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 발의안은 이어 제주가 연 1000만명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임에 따라 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보호지역에 잠재적으로 악영향을 주고 다양한 동·식물자원이 무분별한 노출로 멸종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음을 '염려'한다.
이에 따라 발의안은 제주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보호지역의 관리시스템을 발굴해 표준화하며 그 모델을 보급하고, 국제기구 상호간의 협력프로그램도 구축해 이행할 것을 요청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UN기구와 국가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의 자연자원이 잘 보전되고 체계적으로 통합·관리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통합관리법 제정에도 관심과 지원을 요청토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자성과 의지 있어야=이 발의안은 제주가 그동안 유네스코 3관왕의 지위를 얻었음에도 관리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데 대한 반성과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는 이른바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의 지위를 얻은 제주 환경자산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중 하나다. 이에 따라 이 발의안이 채택으로 제주 환경자산의 통합관리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 생물권은 매달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며, 지속적인 학술조사를 통한 자연자원의 가치발굴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자연유산 해설사의 신규·심화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주민과 학생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보호지역연구조직의 신설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이 조직을 통해 유네스코의 권고사항 이행과 조사연구, 모니터링, 보전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