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위트'가 아쉬운 大選 후보들

[김계춘 칼럼]'위트'가 아쉬운 大選 후보들
  • 입력 : 2012. 10.30(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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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와 유머는 비슷하게 쓰이지만 뉘앙스에 다소 차이가 있다. 사전(辭典)적 의미로도 위트(wit)는 말이나 글을 재치있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에 반해 유머(humor)는 익살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이나 요소를 일컫는다. 위트는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 사건을 타개하고 전환해 나가는 번뜩이는 재치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머보다는 한 수(手) 위라 할 수 있다.

세계의 유명 정치가들은 대부분 '위트'에 능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그는 160㎝를 겨우 넘는 단신에 뚱뚱한 대머리였다. 일그러진 인상에 등은 굽어있고, 목은 거의 안 보였다. 그러나 처칠은 기지(機智) 넘치는 위트를 주무기로 영국은 물론 세계 정치사에 뚜렷한 족적(足跡)을 남겼다.

1945년 초, 얄타회담 일정에 대해 루스벨트와 처칠 간에 편지가 오갔다. 루스벨트는 회담 6일 동안에 국제연합(UN) 설립 계획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답답해 했다. 이에 대한 처칠의 회신은 이랬다. "조물주(造物主)조차도 천지 창조에 7일이나 걸리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이 뚱뚱한 처칠을 '돼지'라는 애칭으로 불렀으나 크게 개의치 않고 이렇게 말했다. "개들은 사람을 올려다 보고 고양이들은 사람을 내려다 보지만 돼지들은 우리를 자신과 똑같이 다룹니다." 그의 호방(豪放)한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일화다.

노예해방을 선언한 미국의 에이브리엄 링컨도 위트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노예제 폐지 여부를 놓고 평생 정치 라이벌이었던 스티븐 더글러스는 어느 토론장에서 링컨을 "두 얼굴을 가진 자"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링컨은 청중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만일 저에게 또 다른 얼굴이 있다면 지금 이 (못난) 얼굴을 하고 다니겠습니까"라며 심각한 정치토론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국면을 반전(反轉)시켰다.

벌거벗은 언어, 상대를 비난하는 언어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정치가의 위트와 유머는 갈등을 완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또 위트와 유머는 위기를 돌파하는 숨은 힘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문과 방송에는 대선(大選)에 나선 후보들의 말이 넘쳐난다. 하지만 '말의 홍수' 속 대중들을 파고들며 감동을 주고 움직이게 하는 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3인의 후보도 마찬가지다. 얼굴이라도 활짝 펴면 좋으련만 왠지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 있어 고달픈 삶에 지친 사람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위트나 유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얼음공주 박근혜' '늘 진지한 재인씨' '장고(長考)스타 안철수'의 이미지를 벗겨내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말'을 주업으로 삼는 정치인에게 위트와 유머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대선전을 보면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등 서로 닮은 꼴이 많다. 후보간 차별화된 정책으로 승부를 내기엔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날이 선 공방보다는 품격있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우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신뢰감을 줘야 한다. 촌철살인(寸鐵殺人)과 진정성을 곁들인 후보들의 위트와 유머가 18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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