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의 공식 명칭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그러나 애초에 '민항(民港)'이란 개념은 없었고, 단지 '해군기지'일 뿐이었다. 그것은 지난 2007년 6월8일 국방부가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결정해 제주자치도에 통보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해군기지의 성격이 조금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 후 한달여 뒤였다. 제주도가 도의회의 요청에 따라 7월29일 "제주해군기지를 크루즈 선박도 사용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으로 건설"하여 줄 것을 총리실에 건의하게 된다. 대규모 크루즈선 접안 인프라 구축 및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같은 건의는 같은 해 12월28일 국회가 제주해군기지 예산 통과에 따른 부대 의견에 '크루즈선박 공동 활용'이라고 명시(明示)하면서 가시화됐다. 그리고 2008년 9월11일 한승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15만톤 규모의 크루즈선이 기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 건설을 결정하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대한 고육책으로, 당시 발표문의 제목은 '제주해군기지, 세계적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이었다.
군(軍)보다 민(民)을 앞세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명칭은 이후 숱한 혼선을 초래한다. 올 8월 도의회 임시회에선 한바탕 소동까지 일었다. 의원들의 질의에 우근민 지사가 "민군복합항엔 크루즈와 예인선 등 지원선박만 입·출항할 수 있고 일반 선박은 안된다"고 답변하자 일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던 것. '민군복합항의 허구성이 드러났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우 지사의 답변은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현행 관련법상 민간선박의 범위는 일반 어선이나 상선 등이 아닌 크루즈선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을 비롯한 도민들의 반발은 '민군복합항'이란 명칭이 불러 일으킨 일종의 착시(錯視) 현상이었다.
문제는 정부와 제주자치도 등이 강조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경우 이름만 그럴싸할 뿐, 사실상 '해군기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해군기지 논란의 와중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15만톤급 크루즈는 언제, 몇척이 방문할지 모른다. 크루즈가 들어오지 않을시 모든 민간선박의 출입이 통제되는데 과연 이것을 '민군복합항'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은 당연한 문제 제기다.
더욱이 크루즈가 입항한다 하더라도 여객터미널 등 관광객 수용태세는 전무한 상태다. 제주도가 목을 매달고 있는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 동시 입출항에 대한 '시뮬레이션 검증' 역시 실상은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수순(手順)일 뿐이란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재논의를 위한 제주지역 교수협의회는 지난 22일 해군기지가 '짜맞추기 기술검증위원회 보고서'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교수협의회는 또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결국 정부와 해군 등이 그토록 선전했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대국민 사기극(詐欺劇)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하며 이는 매립면허 취소 사유가 되므로 최소한 공사정지명령을 내릴 것을 제주자치도에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허울만 좋은 껍데기일 뿐 실제론 '해군기지'로 추진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와 제주자치도는 '무늬만 민군복합항'을 붙잡고 언제까지 진실(眞實)을 호도할 작정인가.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