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이 채택됐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62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 말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중국 최초의 역사서 『춘추』에 대한 주석서인 좌구명(左丘明)의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온다.
소공(昭公) 17년 겨울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노나라의 대부 신수(申須)는 이를 '제구포신'의 징조로 해석했다. 혜성(彗星)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는데 오히려 '변혁'의 징조로 본 것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서울대 이종묵 교수는 "변혁(變革)은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날 때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변혁은 백성의 믿음을 얻기 위한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교수신문 설문결과 제구포신에 이어 서로 다른 쟁론을 하나로 소통시킨다는 의미의 '원융회통(圓融會通)'이 2위,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자세를 비유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이 3위를 차지했다. 모두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희망과 원의(願意)를 내포하고 있다.
오는 2월 25일이면 MB 정부가 막을 내리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박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과정, 그리고 당선 인사를 통해 '국민 대통합(大統合)'을 그 무엇보다 강조했다. 특히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극한 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확실하게 끊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민생 대통령,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 대통합 등의 제(諸)문제는 '거대담론(巨大談論)'이나 다짐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선 아주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안으론 엄격하되 밖으론 관대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5년 넘게 큰 갈등과 진통을 겪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해군기지에 대한 박 당선인의 입장은 '건설'쪽에 방점이 찍힌다. 그 기저엔 국가안보상 꼭 필요하고 민군복합 관광미항을 미국의 하와이처럼 세계적인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향후 해군기지의 지속적인 건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해군기지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절차적 타당성을 잃었음은 물론 국책사업이란 이름 아래 온갖 불·탈법적 행태가 벌어졌다. 그 와중에 주민과 활동가 등 500여명이 연행되고 20여명이 구속됐다. 이들에게 부과된 벌금만도 무려 3억원에 이른다. 평화롭던 강정마을은 찬·반 주민간 갈등으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 박 당선인이 공약임을 내세워 해군기지 건설을 관철시키려면 우선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명분 있는 '출구(出口) 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 '무늬만 민군복합항'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등 납득할만한 보완책과 일각에 의해 좌익·종북세력으로 매도당했던 마을주민들의 명예회복 등도 조속히 필요하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국민 대통합 슬로건으로 '100% 대한민국'을 내걸었다. 그 속엔 '강정'도 포함되어 있을 터이며, 그 주민들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것은 박근혜 새 정부의 '대통합'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다. 그리고 그것은 '제구포신'에 담긴 참뜻이기도 할 것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