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다리에 있는 전봇대가 어느날 갑자기 뽑혔다. 대형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방해가 된다는 현장의 불만을 듣고 MB가 문제를 제기한 직후였다.
당시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당선인의 말씀이 있은 후 불과 이틀 만에 전봇대가 제거되는 현장을 보면서 지난 5년간 어떻게 된 일인가 자문(自問)할 수밖에 없다"며 짐짓 전 정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대불단지 전봇대는 탁상행정(卓上行政)의 결과"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 후 전봇대는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規制)와 동일시 됐으며 '전봇대 뽑기'는 MB의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던 전봇대 뽑기의 혜택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더 많이 돌아갔다. MB가 자주 강조하던 '기업 프렌들리'는 결국 대기업의 몫이었다.
최근 들어 박근혜 새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손톱 밑 가시'가 회자(膾炙)되고 있다. 이 말은 박 당선인이 지난해 8월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현장의 어려움을 듣는 자리에서 처음 꺼냈다. 당시 중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생존(生存)이 걸린 문제라며 '3불(不)'을 이야기했고 박 당선인은 이를 '손톱 밑 가시'로 정리했었다. 3불이란 '거래 불공정·시장 불균형·제도의 불합리'를 말한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再編)되면서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을(乙)'의 위치로 전락했다. 거래 불공정은 그래서 발생하는 첫번째 사례다.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맺은 기쁨도 잠시뿐 납품단가 인하와 비용전가, 기술과 인력 빼가기가 비일비재한 게 오늘의 현실이다.
시장 불균형은 대부분 자본의 차이와 대기업의 상생(相生)의지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대형마트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대표적이다. 제도 불합리의 사례로는 은행 거래에서의 차별을 들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향해 아무리 중소상공인 대출을 늘리라고 권하지만 정작 은행권은 시늉만 낼 뿐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大選)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내건 이유도 이러한 불공정 관행들을 타파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정착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손톱 밑 가시 빼주기'도 그 일환으로 거창한 구호보다는 현장 밀착형 대안 마련을 주문한 것. 그리고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나 현재 정부 각 부처들이 손톱 밑 가시 찾기로 분주한 실정이다.
그러나 작금의 '소동(騷動)'을 보며 자꾸만 MB의 '전봇대 뽑기'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역대 정부들이 처음엔 '용'을 그리려다가 결국엔 '뱀'에 머물고 마는 용두사미(龍頭蛇尾)식 정책과 결과들을 숱하게 목도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각에선 이미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파리의 알)스는 줄은 모른다'는 말을 들먹이며 제동걸기에 나섰다. 일종의 경고(警告)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떨쳐내고 우리 경제의 근간(根幹)이자 생명줄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벤트성 정책에 머물지 말고 손톱 밑에 박혀있는 가시를 제대로 뽑아내야 한다. 예부터 내려오는 속신(俗信)에서 '손톱'은 우리 생명의 분신이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