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선댄스 사로잡은 제주4·3영화 '지슬'

[김계춘 칼럼]선댄스 사로잡은 제주4·3영화 '지슬'
  • 입력 : 2013. 01.29(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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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오멸(42) 감독이 마침내 큰 일을 해냈다. 그가 '4·3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독립장편영화 '지슬'이 제2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댄스에서 한국 영화가 대상(大賞)을 수상하기는 처음이다.

선댄스 영화제는 미국 독립영화의 심장부라 불린다. 그동안 스티븐 소더버그와 코언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등 스타 감독들을 배출해왔다. 이번 수상을 두고 영화 전문가들이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 못지 않은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오멸 감독이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003년 각본과 연출을 맡은 '머리에 꽃을'이란 단편영화를 통해서다. 이후 오 감독은 고향 제주사람들의 진솔한 삶이나 역사적 주제에 천착해왔다.

2009년 작 '뽕똘'은 두 사람이 모슬포 해변을 배경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전설의 물고기 돗돔을 잡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이어 2010년 '어이그, 저 귓것'을 내놨고, 2011년에는 물질을 하며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어린 엄마를 그린 '이어도'를 연출했다.

영화 '지슬'은 제주도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끔직한 기억인 4·3사건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1948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넙궤' 동굴로 피신해 살던 마을 주민들의 실화(實話)가 바탕이 됐다.

그 해 11월 미국의 소개령(疏開令)이 내려지자 제주엔 '해안선 5㎞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이에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삼삼오오 모여 피난길에 오른다. 산 속 동굴에 숨은 이들은 '지슬(감자)'을 같이 나눠 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 등으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곧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게 바로 '지슬'이다.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가 열린 미국 현지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영화제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슬은 강렬하고도 부드럽게 인간의 진실한 감정에 몰입하도록 이끈다"고 평했다. 또 어떤 평론가는 "동양화를 떠올리게 하는 빼어난 흑백 영상에 비극적 상황에서도 빛나는 해학(諧謔)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30년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며, 또 하나의 '영화적 사건'이다"란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지슬'에 대한 평가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었던 셈이다.

"제주 섬 사람들의 '통증(痛症)'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오멸 감독은 "4·3사건은 제주사이자 한국사이며 세계사"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제주도민 3만여명이 뚜렷한 이유도 모르고 죽임을 당해야 했던 65년 전의 비극(悲劇)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4·3사건 발생 65주년이 되는 올해 국가추념일(追念日) 제정 등을 통해 '완전한 해결'을 요구하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때마침 제주와 일본 천주교계가 공동으로 태평양전쟁 시기의 아픔과 4·3의 비극을 간직한 제주에서 '생명평화연수'를 갖고 있다.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는 평화의 소중함과 '4·3'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물론 제주해군기지에 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자리다. '역사 바로 알기'는 보다 밝고 희망찬 내일을 열어나가기 위한 시발점(始發点)에 다름 아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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