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소설로 되살아난 '獻馬功臣 김만일'

[김계춘 칼럼]소설로 되살아난 '獻馬功臣 김만일'
  • 입력 : 2013. 02.05(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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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권무일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기도 화성 출신인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포스코 근무를 시작으로 현대그룹 임원과 종합건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4년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제주에 정착했으며 2007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소설가로 늦깎이 데뷔했다.

스스로가 '호기심이 많은 기질'이라 평할 만큼 그는 제주에 와서도 아름다운 풍광보다는 제주 사람들이 살아왔던 이야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을 쏟았다. 그러던 중 400여년 전 제주에 살았고 무려 1만여 마리의 말을 키웠던 조선시대 '최고의 목자(牧者)' 김만일을 만났다. 그는 김만일(金萬鎰)에게서 '제주인의 삶과 정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제주 수난의 역사를 집대성한 역사소설 '말(馬)-헌마공신 김만일과 말 이야기'다.

사료(史料)에 의하면 김만일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쟁에 필수물자인 전마(戰馬) 500마리를 선뜻 국가에 헌납했다. 그 후 광해군을 거쳐 인조에 이르기까지 나라가 필요할 때마다 말을 올려보냈는데 그 수가 1300여두에 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선조는 그에게 '헌마공신(獻馬功臣)'이란 봉작과 함께 오위도총부 부총관(종2품)의 관직을 내렸다. 또한 인조는 조선시대 제주인 가운데 최고 벼슬인 숭정대부(崇政大夫·종1품)에 제수했다.

권무일의 '말-헌마공신 이야기'는 김만일에 대한 단순한 평전(評傳)이 아니다. 그는 김만일을 오늘날의 '대기업 총수'로 비유했다. 왜 그 많은 말들을 키웠을까라는 물음에 작가는 단지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아니면 명예를 얻기 위하여 말들을 증산한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당시 말은 국력(國力)의 상징임을 김만일이 알았기에 그 시선은 대평원을 넘어서 나라의 현실과 장래로 향하고 있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문학평론가 양영길은 이 책을 "제주역사의 잔해(殘骸)에 피를 돌게 하는 소설"이라 평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전란사를 응축시켜 제주에서부터 만주벌판까지를 무대로 역사적 상상력을 생동감 있게 풀어 놓음으로써 '절해고도 제주(濟州)'를 '고을 건너라는 변방'에서 '조선 경내'로 그 인식 체계를 한 단계 뛰어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소설은 '헌마공신 김만일'을 제주만이 아닌 한국 역사 속에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가진 자의 윤리와 진정한 나라 사랑이 무엇인지를 김만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제주가 낳은, 제주에 뿌리내린 인물들이 제주에 일시적으로 다녀간 사람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색한 정서'에 의아심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제주에 온 지 얼마 안됐지만 우리의 현실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는 제7권(제주편)에서 "제주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김만일을 꼽으며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김만일은 '의녀 김만덕'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업적을 남겼지만 그에 대한 평가와 대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헌마공신 김만일'을 종합적으로 재평가해 역사 교재에 싣는 등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제주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메마른 역사에 새 살을 돋게 하고 피를 돌게 하여 '살아 숨쉬는 역사' 속으로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나가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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