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베트남 결혼이민자 고향방문 취재기

[기획]베트남 결혼이민자 고향방문 취재기
"김만덕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 끈끈한 가족애로 뭉쳤어요"
  • 입력 : 2013. 02.07(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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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 기념사업회가 베트남에 건립한 칸호아 초등학교 학생들이 결혼이민자 가정과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제주도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과 부모 대부분의 학교 뒤편으로 보이는 산에 거주하고 있었다. 사진=김명선기자

화해를 넘어 한-베트남 동반자 시대 맞아
결혼이주여성과 자녀 통해 연결고리 형성


1960~70년대 베트남전쟁 중 한국은 미국을 지원해 파병했었다. 전쟁 이후 단절됐던 양국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은 현재 3000여개로 현지 고용 인력만 60만명에 이르면서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이와 맞물려 제주특별자치도는 굶주림으로 아사직전인 도민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모았던 전 재산을 내어놓아 수많은 생명을 구했던 김만덕이 세상을 떠난지 200주년을 기념해 '김만덕 200주기 기념, 베트남 결혼이민자 고향방문' 사업을 지난해말 실시했다. 본보는 5박6일간 이뤄진 고향방문단과 함께 현지 모습을 동행취재했다.

▶다문화가정 베트남을 이해하다=베트남 결혼이민자 고향방문단에는 도내 5개 가정이 참여했다. 원미나·한명경·한지해 가족, 브이티감·양준석·양서연 가족, 김수정·강순중·강기남·강미선 가족, 당티녹찌·양재철·양지훈씨 가족, 안수연·강봉호·강민주 가족, 원하연·김관희·김동현 가족 등이다. 대부분 결혼한지 4~5년만에 고향을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체류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족이 함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이중에 브이티감씨의 고향은 베트남의 수도의 하노이에서 8~9시간 걸려 도착하는 하이콩 지역이다. 당티녹지씨도 고향에 가려면 택시와 배, 오토바이 택시를 여러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지역이다. 나머지도 베트남 남부의 중심도시의 호치민에서 2~6시간을 가야하는 거리이다. 베트남은 남과 북으로 길쭉한 용의 모양으로 내륙의 교통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향방문단은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한 다음날 전쟁박물관을 방문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전쟁을 치뤘고 한국도 이 전쟁에 참여해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북베트남이 미국·한국 등의 지원을 받은 남베트남에 승리하면서 공산화 됐다. 전쟁박물관의 유물 대부분이 미군이 사용하던 것이었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전시물도 대부분 미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베트남 국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또한 전쟁 당시 고엽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회물도 있다. 베트남 전쟁에는 한국군도 참여해 맹위를 떨쳤는데, 한국군에 대한 전시기록은 1992년 국교를 맺은 이후 전시장에서 사라졌다. 당시 한국 파병인원과 주둔지, 사망자 등만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의 전시물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김명선기자

▶화해를 넘어 한국-베트남 '동반자의 관계'=베트남에 김만덕 기념사업회가 2곳의 학교를 세웠다. 칸호아초등학교, 번푸중학교이다. 고향방문단은 방문기간에 칸호아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지역에는 락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수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산속에서 생활하면서 학교를 다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 칸호아 초등학교가 문을 열면서 락사이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교과과정이 편성됐고, 부모들의 교육열도 대단해 산에서 내려와 학교 근처에 살면서 아이들 뒷바라지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늘고, 한국문화가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베트남의 친한(親韓) 8090세대들을 통해 양국 관계를 동반자를 이끌 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가족애 다문화가정을 지켜내는 원동력=다문화가정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국의 남성들은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면서 언어와 문화, 경제 문제 등으로 가정생활을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누구보다 이를 슬기롭게 해쳐나가고 있었다.

강순중씨는 아내의 가족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인 집을 새로 지어주었고, 강봉호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장인을 위해 병원비 등을 보태고 있었다.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집집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남편들이 나서서 자신의 친가족인양 돌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족애로 똘똘뭉친 다문화가정에 '위기'란 단어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번 방문에는 제주자치도가 자녀들의 체류비용까지 지원, 다문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

권기웅 제주도청 다문화가족지원계장은 "베트남 결혼이민자의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 그만큼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자적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며 "베트남은 미등록 인구를 포함해 인구가 1억명이 넘는다. 관광시작 개척에 나서는 제주자치도의 중요한 고객들이고, 앞으로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들이 이들과 연결고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젊은 세대를 만나다]"제주와 아름다운 인연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이번 '베트남 결혼이민자 고향방문' 기간에 베트남 국립대 호치민에 재학 중인 뉘잉(20·사진 왼쪽)씨와 프응(20·사진 오른쪽)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하계방학을 맞아 2주간 제주를 방문해 문화체험을 하고 돌아갔다. 당시 본보는 베트남 결혼이민자와 비슷한 또래의 이들을 만나 현지에서 바라보는 국제결혼 인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올해 4학년이 되어 졸업을 앞두고 있는 뉘잉씨와 프응씨는 "학업을 마치고 국내 대학의 대학원에 입학해 한국문화에 대해 더 알고,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프응씨는 "제주에 있는 동안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홈스테이 가정에서부터 함께 지냈던 동료 등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특히 이번 방문기간에 한국에 대해서 좀더 많은 것을 알게됐고, 미래를 설계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뉘잉씨는 "K-POP과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을 알아왔었는데, 지난해 제주를 방문하는 기간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문화를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뉘잉과 프잉씨는 "제주가 한국에서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가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인권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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