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와 17개 부처 장관 등 새 정부 조각(組閣)을 마쳤다. 늑장 인선으로 질타를 받았던 청와대 비서실장도 3선을 지낸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를 이끌어갈 진용(陣容)이 갖춰진 셈이다.
이번 인선과 관련 전문가 발탁과 검증된 인사를 재기용함으로써 '일하는 정부'를 지향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다. 그러나 박근혜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出帆)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여야가 정부 조직 개편안을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각이 완료됐다는 게 그 이유다. 민주당은 "국회 입법 권한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일방적 국정운영 태도"라며 "야당에 백기(白旗)를 들라는 얘기냐"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 당선인이 줄곧 강조해 온 '대탕평(大蕩平)'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17명의 각료 후보자 가운데 호남 출신은 진영(보건복지부)과 방하남(고용노동부) 두 명에 불과했다. 제주와 관계된 인사 역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았음에도 여성각료 후보자가 두 명에 그친 것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주요 장관 내정자 상당수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폭탄(爆彈)'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대표적인 예다. 그와 관련된 의혹은 '무기 수입중개업체 고문 재직'과 '아파트 편법 증여 및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과 '종교활동 논란' 등 이루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런가 하면 황교안 법무는 '미심쩍은 병역 면제', 유정복 안전행정은 '친형 뒷돈거래 수사', 유진룡 문화는 '농지법 위반 논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투기지역 재테크', 조윤선 여성가족은 '부평 땅 재개발', 류길재 통일은 '논문 중복 게재' 의혹으로 도마에 올라 있다.
현재 각료 내정자들은 각종 의혹(疑惑)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명 혹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법규를 잘 몰랐다거나 과거의 '관행'이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경우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돈다. 설혹 청문회를 가까스로 통과한다 하더라도 흠집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 그 조직에 '령(令)'이 설지도 의문이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또 다른 낙마(落馬)가 나온다면 그것은 1차적으로 인사 검증을 소홀히 한 대통령 당선인측 책임이 크다. 또한 낙마자의 경우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은 누구보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런데도 '아니면 말고'식 행태는 애초부터 각료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그만큼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장관 내정자들의 재산내역 등을 보면서 "우리만 헛살아 왔다"는 자괴감(自愧減)과 허탈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각료 내정자 검증은 혹독할 정도로 철저를 기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위무(慰撫)와 함께 무너져버린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