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근민 제주도정이 2013년 한해를 '튼튼한 제주 만들기'의 해로 선포한 가운데 관광산업·감귤 등에 치우진 산업구조 개편은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자주재원 확충·과다한 감면제 폐지
튼튼한 道 재정 위한 여건 갖춰져야
제조업 기반 마련·일자리 창출 난제
경쟁력 있는 일류기업 유치 등 필요
2012년 제주지역 경제와 제주자치도 재정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해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150만명을 넘어 제주관광산업은 불황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도둑 대문 거지'가 없는 것에 빗대어 '4무(無)'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수출을 통한 제조업 기반 확충 등 산업구조 개선 부진, 청년실업 문제를 고민해야하는 일자리 창출 문제 ,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시스템 개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물산업 육성, 제대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협동조합 활성화 등 난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빨간 불 켜진 제주경제=2012년 제주지역 경제는 4% 안팎의 고도의 성장세를 보였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2년도 제주지역 GRDP(지역내 총생산) 성장률은 4.0% 내외로 2011년 3.1%에 이어 전국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분야별로는 1차산업과 제조업, 관광, 소비, 건설, 물가, 고용에서 보통 이상의 성과를 냈다. 1차산업 분야의 경우 무 당근 마늘 등 주요 밭작물의 가격하락에도 불구 감귤류 가격 호조로 농산물 출하액은 3.8%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관광산업은 태풍 등으로 내국인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 영향으로 최대 호황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국인은 4.4%, 외국인은 70.5%가 늘어나면서 관광수입은 26.5%나 증가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올해 제주경제성장률을 3.0% 내외로 예상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1차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2012년보다 훨씬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추정도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달성과 감귤생산량 60만톤 내외, 수출 6억달러를 전제로 한 것이다. 1차산업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건설, 수출 등 모든 면에서 2012년보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징조는 벌써 우리 곁에 다가왔다. 최근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가 밝힌 '2013년도 회원사(249개 업체) 건설경기 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신규수주한 실적은 62건에 490억원대다. 이는 전년에 비해 건수로는 28%, 수주액은 56% 감소한 규모다. 그나마 이같은 결과도 공공부문 조기발주에 힘입어 토목공사가 전년비 소폭 성장세를 유지한 때문으로, 민간 건축공사로 한정하면 상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실제 주거용 건축이 중심이 되는 민간공사 수주액은 155억원으로, 839억원이던 전년에 비해 1/6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간부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세를 나타내다 올해들어 침체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월 현재 수주액이 336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하고 조기발주 정책기조 등을 감안할 때 관급공사는 성장세를 탈 전망이지만 민간공사의 급격한 침체로 전체적인 건설시장 분위기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광객도 내수침체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내국인 관광시장이 심상치 않다. 3월 말까지 내국인관광객은 175만여명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6만1000여명이 감소했다. 지난 겨울 한파가 계속되면서 내국인들의 여행패턴이 제주보다는 동남아 등지를 선호, 제주관광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또 제주여행 대다수가 재방문율이 높은만큼 추운겨울 당장 제주여행을 떠나기 보단 날씨가 풀리는 봄 이후로 여행을 연기한 것도 겨울 제주관광이 타격을 받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 시장이 선전해 다행스럽다. 실제 3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관광객은 28만7000여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37% 가량(7만7000여명) 폭증했다.
▶'튼튼경제' 관건은 재정=우근민 제주도정이 2013년 계사년 한해를 '튼튼한 제주 만들기'의 해로 선포했다.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유럽발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제주자치도 지역경제는 지역총생산이 4%에 가까운 호조를 보였다. 우근민 도정은 이같은 2012년의 실적을 바탕으로 2013년 제주사회가 내실을 다지고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제반 분야에 걸쳐 튼튼한 토대를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튼튼한 재정이다. 제주자치도 재정이 튼튼하고 가용재원이 많아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시책과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재정 문제이고 국내 자치단체들 중에도 재정 위기로 인해 사업을 중단하거나 계획을 수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재정의 확보다.
우근민 제주도정은 튼튼한 재정을 위해 2010년 7월 취임 이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4대 재정개혁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민간보조금 개혁, 지방채발행 규모 연간 1천억원 이내 제한, 신규 세원 발굴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 그 결과, 2009년 이후 연간 1000억원씩 감소하던 가용재원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국고보조금은 2013년에 1조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게 됐다. 역외세원 확충 등으로 지방세도 1000억원이 증가, 연간 6646억원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총채무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총채무는 2012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간 1400억원이 감소, 민선시대 들어 처음으로 2013년에 정부 및 금융기관으로부터 '외부차입 없는 예산편성'을 달성했다.이러한 재정 상황의 개선은 지방재정의 위기가 전국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매우 의미있는 지표들이다.
그러나 제주경제가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주자치도 재정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 지방소비세 등 자주재원의 확충과 실효성 없는 장기·과다한 감면제도의 폐지, 법정률 3%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고보조금제도의 개편 등이 뒤따라야 한다.
▶산업구조 개편 등 서둘러야=제주지역 산업구조가 관광산업과 감귤 등 1차산업으로 편중되고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은 영원한 숙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제주의 산업구조(생산·지출)는 서비스업이 생산의 67.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농림어업(18.4%→17.9%), 제조업(4.1%→4.0%)의 비중은 낮아지고, 건설업(8.0%→9.0%)의 비중은 크게 증가하는 형태를 보였다. 서비스업 중에서 도소매업(9.2%→9.4%) 등의 비중은 증가했지만, 운수업(6.1%→5.2%) 등의 비중은 낮아졌다.
이에 따라 IT/CT, BT, 제조, 관광 등 각 산업의 구별없이 경쟁력있는 기업들을 유치해 다른 일류기업을 유치하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는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부진 속에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제주삼다수 수출 확대 등 물산업 육성대책이 가시화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제주자치도와 제주개발공사는 CJ오쇼핑을 통해 일부 중국지역으로 수출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찻잔 속의 미풍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함께 우근민 제주도정은 제주신선 농업의 주 유통통로인 대형 항공기 투입과 물류시스템 개선작업도 조만간 결실을 내야할 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