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 제주경제로 가는 길](11)협동조합 활성화

[튼튼 제주경제로 가는 길](11)협동조합 활성화
구성원 모두가 주인… 지역사회 파급효과 주목
  • 입력 : 2013. 03.20(수) 00:00
  •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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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제주에서도 한국말산업협동조합, 안경사협동조합 등 8개 조합이 출범하는 등 협동조합 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제주지역에서도 8곳이 출범
협동조합 설립 분위기 꿈틀
건강한 조직 육성은 과제로

썬키스트(미국), 웰치스(미국), 미그로(스위스), AP통신(미국), FC바르셀로나(스페인)…. 우리가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접해본 명칭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제주에서도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월평도시골협동조합'을 시작으로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지역 협동조합 수는 전국 1%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근로자는 고용 불안정 문제 해결이 기대되는 협동조합의 활성화 방안을 알아본다.

▶제주지역도 협동조합 꿈틀=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서귀포 '월평도시골협동조합(이사장 오경식)'이 설립신고를 마치면서 협동조합 설립이 꿈틀되고 있다. 월평도시골협동조합의 조합원수는 마을회장과 연합청년회장 등 8명이며,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평도시골협동조합의 특징은 지역주민과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한 젊은 청년들이 뭉쳐 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사업인 공동체사업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에 있다.

월평도시골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을 보면 농촌의 빈집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 사업, 올레7코스를 활용한 휴게음식점 운영, 마을에서 생산된 한라봉과 감귤·백합 등 농산물의 인터넷 판매, 빈 하우스시설을 이용한 마을밴드와 풍물패 등 문화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조합측은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이 조합원 모두가 참여해 수익을 나누는데 있는만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경우 마을 살리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용마 비육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한국말산업협동조합(대표 김덕문), 언니네텃밭우영협동조합(대표 추미숙), 안경사협동조합(대표 부준필), 탐나출판인쇄협동조합이 지난 11일 동시에 설립됐다. 또 제주사랑협동조합(대표 오형철), 제주공인중개사협동조합(대표 우철),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대표 이경수), 공작소 쇠와 꽃협동조합(대표 김현숙) 등이 지난 15일 출범하면서 도내 협동조합은 모두 8개에 이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안경사들이 외국유명브랜드에 맞서 자체 공동브랜드 개발을 내세운 안경사협동조합과 부동산중개사들이 공동마케팅을 위해 뭉친 제주공인중개사협동조합이다. 특히 마트직원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만든 마트도 성공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물가잡기 대안 될까=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이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작은 가게를 창업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해낼 수 없던 부분들이 협동조합 결성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통해 공동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단체다.

사회공동체의 이익이든 개인 매장의 이익이든 상관 없이 동일한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결성해 국가의 지원과 법인 성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기본법과 함께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이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는 분위기다.

통신, 가사노동, 교육, 대리운전 심지어는 여성 도우미까지 전국적으로 생각지 못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탄생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 생활밀착형 협동조합은 농산물 가격과 서비스 요금 등 생활물가를 낮춰 전체 물가지수 인하를 유도하는 데도 긍정적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공동구매를 통한 교섭력 증대와 유통단계 간소화 등을 통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생산·유통업체들도 공동구매·판매 등 비용 절감과 기존 경제 주체들과의 경쟁 촉진 등으로 가격인하가 가능해 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고 그만큼 지역경제에도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까지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협동조합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무조건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협동조합이 건강하게 육성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상상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협동조합'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방정부에서는 협동도시, 협동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월 10일 현재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전체 협동조합 설립신청 건수는 총 647건이다. 법 발효 100일만에 하루 평균 약 6.5건의 신청이 이뤄진 셈이다. 수눌음 공동체 정신을 이어온 제주사회에서도 뒤늦긴 했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이러저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을 요약하면 필요에 따라 5인 이상이 모이면 금융을 제외한 어떠한 사업도 가능하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주식회사로 대변되는 영리기업과는 달리 협동조합은 1인1표로 운영된다.

협동조합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회경제적 모델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작가 움베르트 에코의 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볼로냐. 이 곳은 유럽연합 가운데 가장 잘 사는 5개 도시 중 하나다. 이 사회경제적 힘의 원천은 협동조합이다. 400여개의 협동조합이 풀뿌리 경제의 핵심 중 하나다.

볼로냐에서 중요한 기업 50개 가운데 15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경제 비중은 GDP의 30%를 차지한다. 평균임금은 국가 평균의 3배, 실업률은 3.1% 수준이다.

잘 알려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금융위기시 구조조정없이 위기를 극복하는 모델이 됐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확대, 물가 안정, 경제위기시 경제안정 효과를 높이는 중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제주에서도 타 지역에 온 젊은 작가들과 마을 청년들이 의기투합하여 월평도시골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마트를 직원들이 인수해서 직원협동조합을 준비중인 곳도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만드는 협동조합,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협동조합, 치킨가게 주인들이 모여서 하는 협동조합, 월동채소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협동조합,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협동조합으로 할 수 있다.

특히 협동조합은 지역의 개발을 거대자본의 손에서 주민들의 손으로 옮겨오게 할 것이다. 기존의 개발이 대규모 자본에 의한 개발이었다면 협동조합시대의 개발은 주민들의 자본으로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동방식을 통한다면 개발 이익이 자본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지역사회와 공유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나아가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사회적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상상한대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공존공생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제 한 철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으로 제주의 협동경제를 설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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