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웃자 제주교육](4)중·고교 폭력 실태

[함께웃자 제주교육](4)중·고교 폭력 실태
"학생자치권 강화해 기본 소양부터 스스로 실천하도록"
  • 입력 : 2013. 05.16(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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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자치권을 더 많이 부여해 스스로 문제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 관계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

신학기 남자중학교 1학년 교실 '서열다툼장'
교사·학생·학부모간 신뢰 쌓아서 학폭 해결


본사와 이석문 제주자치도교육의원실은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이번은 마지막 순서로 일선 중·고교의 학생부장 교사와 최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결과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문제해결에 앞서 학교와 학생, 학부모간에 다양한 의견대립이 생기고 있는데 이는 문제해결이 아닌 학교폭력 사건에 본질이 왜곡되는 사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새학기 중1학년은 서열 다툼현장…초기대응이 중요=중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상당수가 신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1학년 학생간 서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일부 학부모의 경우 자신들의 자녀가 가해학생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도내 한 중학교에서는 학부모는 "학교폭력 가해자인 자신의 아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아 학교를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상 사안이 발생하면 일주일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이하 폭대위)를 개최하도록 돼 있었지만, 가해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개최여부가 불투명했고, 결국 학생부장 교사가 부모를 설득해 등교하도록 하고 관련 조사를 마쳤다. 그렇지만 학부모는 학교측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폭대위를 열어도 더 많은 불신만 쌓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중학교의 경우 학교폭력 발생 초기부터 학교측의 대응이 부모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문제해결에 전혀 손을 쓰지 못했고, 교직원들은 다른 학부모의 질타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교사는 "2개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리 중학교 학생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며 "학교폭력이 발생한 즉시 상급기관에 보고를 했다. 그렇지만 2곳의 고교는 관련 사실을 도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으면서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관련 사실을 문의하고 초기대응을 지적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발생 초기 확실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학부모의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고 문제해결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교사의 초동조치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는 만큼 매뉴얼에 따른 확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석문 제주자치도교육위원실에서 중·고교 학생부장 교사와 간담회가 열렸다.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등재 위력 발휘(?)=지난 4월26일 제주시내 한 중학교 1학년인 A군과 B군이 하교 후 학교 인근에서 싸움을 벌였는데 A군이 일방적으로 맞았다. 이 과정을 C군 등 4명이 휴대전화를 이용, 동영상을 촬영했다. A군의 부모가 이 사건을 학교폭력신고센터인 117센터에 신고했고, 폭대위는 쌍방 단순폭행으로 결론 내렸고 B군에게는 교내봉사 3일, C군 등에게도 교내봉사 1일의 선도처분을 결정했다. 이렇게 끝날 것 같았던 사건이 A군의 학부모가 청와대 등에 진정을 제기했고, 도교육청은 폭대위 처분이 너무 약하다면서 A군을 제외한 5명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명시하도록 했다.

가해학생 학부모들은 학교생활기록부 등재 결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생활기록부 등재 여부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도내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2011년도에만 12건의 폭대위가 개최됐는데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등재가 결정된 지난해에는 2건으로 감소했다. 진학문제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주의를 주는 한편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부장 교사들은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등재는 임시방편 대책"이라며 "교사-학생-학부모간에 또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만큼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문제해결 위해 모두가 나서야"=지난 2011년 교육계에서 학교폭력과 관련 표선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도내에서 처음으로 이 학교에 자치법정이 개설된 것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이 발생하면 검사와 변호사가 나뉘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된 것이다.

이보다 앞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치권을 주고 학생이 가져야할 기본소양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 직접 단속을 하고 벌점 등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자치권이 활성화되면서 자율적으로 규칙을 지키려는 학생들이 증가했고 학교폭력 또한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서 문제학교에서 전국의 모범사례가 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학교가 변화하는데는 교사와 학생들만 있었던게 아니라 학부모는 물론 지역의 시민단체까지 참여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동료 교사들의 학교생활지도에 대한 열정을 주문했다.

한 특성화고교의 학생부장 교사는 "뷰티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화장을 하는 것도 모자라, 머리 염색까지 해 등교하는 학생이 있어 실망한 적이 있었다"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학생들은 방학기간에 실습을 나가 자신의 머리와 얼굴을 이용, 연습을 하기 때문에 화장도 하고 염색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임이 학생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교육환경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전문가 의견/오경석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교사]
"교육계 공감대 형성을 통한 학교폭력 제로"


학교폭력이란 용어가 전국을 강타한지도 몇년이 흘렀는데도 아직껏 우리는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학생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요즈음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학교가 강압적으로 자신들을 억제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고,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 사이의 의사소통 역시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학생들 스스로 학교생활규정에 근거한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습득하여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시키고 행복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가 진정으로 소통하는, 가고 싶은 학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 활동영역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학생자치회 활동을 통한 교내·외 순회지도와 또래상담 활동이다. 학교폭력, 학생비행, 자살예방, 흡연예방을 위해 학생자치회 중심의 순회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의 문제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또한 또래 상담학생들을 활용하여 학급 내 부적응학생 고민 상담이나,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교우상담 활동을 통해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

둘째, 상·벌점제를 통한 학생자치법정 운영이다. 선도 중심의 그린마일리지 디지털 시스템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자율적인 생활 통제능력을 배양하고, 책임감과 준법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

검사와 변호사로 나뉘어 열띤 토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 판사의 판결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학생자치법정에 회부된 학생들은 학교 생활규정을 지키지 못한 점을 반성하게 된다. 이어 자신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는데 학생들 스스로 법적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 준법정신의 함양, 스스로 지키고 가꿔나가는 공동체의 규율과 규칙을 배울 수 있다.

셋째, 안전과 예절의 등굣길 캠페인을 통하여 학부모와 함께하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운영이다.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경찰명예교사, 지역봉사단체 등과 연계한 합동 등교지도 및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활동을 통해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을 미연에 방지하여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밝은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교 교육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교육 환경의 변화 및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은 단정한 교복 착용과 인사하는 기본 생활 습관 정착 및 학생, 학부모, 교사가 신뢰와 믿음 속에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학교폭력이 전무한 행복한 학교문화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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