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던 지난 26일, 다섯번째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가 막(幕)을 올렸다. 에코힐링(eco-healing)은 자연과 치유의 합성어(合成語). 말 그대로 자연에서 우리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받자는 것이다.
이날 이홍식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특강을 통해 '사려니숲'을 예찬(禮讚)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수려한 경관, 숲이 풍기는 향기, 쉴새없이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화산송이를 밟을 때의 발자국의 촉감 등 사려니숲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요소는 인간이 지닌 오감(五感)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며 특유의 치유효과를 준다"는 설명이었다.
이 교수는 "제주는 한국의 '힐링 아일랜드'로, 사려니숲은 힐링 제주섬의 심장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려니를 자연 중심의 숲으로 보존하면서도 명실상부한 '힐링 숲'으로 조성해 나갈 것을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곤 '우리 시대의 역설(逆說)'이란 시 한편을 소개했다.
이 시(詩)는 호주 콴타스 항공의 최고 경영자였던 제프 딕슨의 자작시다. 그는 지난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접하고 이 시를 썼다고 한다. 당시 고등학생 두 명이 히틀러의 생일에 맞춰 총기를 들고 나타나 학생 12명과 2명의 교사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전 세계에 큰 충격(衝擊)과 슬픔을 안겨 줬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작아졌다/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벌써 15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고, 15년 전 쓰여진 시다. 하지만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같은 류의 사건은 반복되고 있고,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한 테러도 끊이질 않는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자살을 하는가 하면 성폭력과 묻지마 범죄(犯罪)가 판을 치고 있다. 스마트폰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가족들은 해체(解體)된지 이미 오래다.
제프 딕슨의 시는 계속 이어진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말은 너무 많이 하고/사랑은 적게 하며/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방법은 상실했다/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과거보다 훨씬 잘 살게 되었는데도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기는 극히 어렵다. 달에 갔다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진 세상. 세계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더 줄어든 세상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메디컬 명상(瞑想) 권위자인 이홍식 교수는 "사려니숲은 그 강한 생명력으로 인간에게 심리·정신적 안정감과 자유로움, 편안함을 준다"고 높이 평가한다. 설령 사려니숲이 아니더라도 좋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숲을 거닐며 '나는 지금 행복한지, 불행한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길 권유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