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조성된 제주시 테마거리가 막대한 사업비에도 불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사진은 신제주 문화칼라 사거리에서 그랜드호텔 사거리 구간에 조성된 '신화의 거리'. 강희만기자
2008년부터 난립… 13곳 조성에 148억 투입천편일률식 사업·명칭부여 등 졸속행정 지적지역문화·특성 연계 상권활성화 취지 못살려
제주시가 무분별하게 조성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부 테마(특화)거리를 해제키로 하는 등 조정에 들어갔다. 지역문화와 연계해서 지역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도 불구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으로 인해 결국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6곳 재조정 검토=제주시 지역의 테마거리는 모두 13개소에 이른다. 2001년 서부두 횟집거리에서부터 동한두기 구름다리 입구에 이르는 '탑동 테마거리' 조성 이후 2008년부터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원래 15곳이었으나 최근 2곳이 테마거리에서 제외됐다. 제주시는 여기에 더해 중앙로 일원의 '빛의 거리' 등 4곳도 명칭사용에서 제외하고 일반도로로 전환을 검토중에 있다. 조성단계서부터 졸속추진이자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막대한 사업비 투입=13곳의 테마거리 조성에는 많은 사업비가 투입됐다. ▷신화의 거리 20억원 ▷탑동 테마거리 23억1300만원 ▷고마로 거리 5억1400만원 ▷흑돼지 거리 1억2000만원 ▷서문 가구거리 5억7000만원 ▷국수문화거리 5000만원 ▷서부두 명품횟집거리 1억8800만원 ▷바오젠거리 45억4000만원 ▷삼성혈 문화의 거리 23억7300만원 ▷ 빛의 거리 15억6800만원 ▷ 자연의 거리 5억원 ▷ 문화의 거리 5억원 ▷ 영화의 거리 2억원 등이다. 여기에 쏟아부은 예산만 총 148억1500만원에 이른다. 제외된 2곳을 포함한 15곳 조성사업비는 약 190억원에 육박한다. 매년 유지 관리비를 포함할 경우 '돈먹는 하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테마없는 테마거리=하지만 상당수의 테마거리는 지역문화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신제주 문화칼라 사거리에서 그랜드호텔 사거리 구간에 조성된 '신화의 거리'는 이름과 장소적 연계성이 떨어져 시민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도 바닥의 제주어 속담 등은 조잡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다 일부 조형물은 훼손된 채 관리마저 제대로 안되고 있다. 중앙로 일원의 '빛의 거리', 남문로에서 탑동사거리에 이르는 '자연의 거리', 산지천~칠성통 일대의 '영화의 거리' 등도 마찬가지다. 사업 내용도 대부분 도로포장과 경관 조명시설, 조형물, 표지판 설치 등 대동소이하다. 그러다 보니 국적불명의 거리, 문화와 테마가 없는 테마거리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게다가 컨텐츠조차 빈약한 실정이어서 지역특성과 지역상권을 연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해보자는 당초 취지는 상당부분 퇴색됐다.
▲서부두 횟집거리 조형물 제막식.
▶근거·기준도 없어=테마거리 조성은 어떤 기준이나 원칙이 없다. 일부 테마거리는 해당 지역구 도의원들의 입김으로 조성된 경우도 있다. 표를 의식한 지역구 의원의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억지춘향격이다 보니 엉뚱한 이름의 테마거리가 등장하기도 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테마거리 관련 조례 등 근거가 없는데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같은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행정과 지역상인, 문화예술인들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게다가 조성·관리부서도 제각각이다. 제주도 관광정책과를 비롯 제주시 4개과와 3개동이 테마거리를 조성했다. 따로국밥처럼 추진되면서 명칭 중복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밑그림이나 운영방안도 없는 상태이다. 제주시는 이와 관련 도시경관과를 총괄부서로 하는 등 조정했지만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민관 협력시스템 구축해야=테마거리 지정은 단순히 명칭을 부여하고 도로포장 등 겉치장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조성만 해놓고 나몰라라 할 경우 이름 뿐인 테마거리로 전락해버릴 우려가 크다. 지역고유의 특성과 역사문화자원 및 환경적 요소 등을 결부시켜 명칭부여에서부터 관리운영까지 민관이 함께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조례 제정 등 관련 근거 마련과 함께 지역상인, 전문가 등의 참여로 졸속조성을 막고 운영의 활성화를 찾아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