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제주중앙성당에서는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집전한 '시국(時局)미사'가 열렸다. 이날 미사는 현재 구속 중인 예수회 박도현 수사(修士)와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의 석방을 탄원하는 자리였다. 박 수사와 송 박사는 이달 1일 해군기지 불법 해양공사에 대한 감시활동을 펼치다가 해경에 체포되어 20일이 넘게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업무방해' 혐의다. 대학을 나와도 도무지 해석하기가 힘든 게 대한민국의 법조문(法條文)이라지만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려면 위계(僞計) 또는 위력(威力)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들이 거짓으로 계략을 꾸몄는지(위계), 그토록 강하고 큰 힘(위력)을 지녔는지는 의문이다.
이들은 단지 오탁수 방지막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불법공사를 강행하는 현장을 촬영하고 이의 개선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해경은 시공업체의 '불법'에 대한 신고는 무시하고 체포 연행하는데 급급했다. 그리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이같은 행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2년 1월 20여명의 수녀가 경찰에 연행되었고, 3월에는 김정욱 신부가 구속되어 40일 만에 석방된 바 있다. 생명평화 기원미사 중에 경찰의 무례한 행위로 '성체(聖體)'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되었는가 하면, 이영찬 신부가 1개월간 구속되었다가 석방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절에도 없던, 그것도 '죽을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가 세 번째나 구속되는 초유(初有)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강우일 주교는 강론을 통해 '헌법의 가치'를 힘주어 강조했다. 강 주교는 "법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법을 이용해 약한 사람을 짓밟고 못살게 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통탄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집시법(集示法)을 이용해 감옥에 잡아넣는다는 것은 법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강우일 주교는 "국민의 인권(人權)을 짓밟는 권력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게 헌법 1조의 제일 첫 마디에 나오는 말"이라고 강조한 뒤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에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국가기관의 초법적인 행위가 너무나 난무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천주교의 '강정해군기지 참여'에 대해 세간(世間)에서 말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강우일 주교는 '함께 걷는 세상'이란 책을 통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왜 정치적인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 또 성직자는 종교적인 일만 하면 되지 왜 전문가도 아니면서 나서느냐고 한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모든 일에 교회는 무관심 할 수 없다."
법(法)은 국민을 규제하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공존(共存)을 위해 사회를 지키는 보호망으로써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법이 너무 어렵고 딱딱하고 무섭기만 하다. 이날 시국미사에선 "박도현 수사와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를 석방하고 불법공사와 인권유린을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서가 낭독됐다. 그리고 신자들의 손에는 '강정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라는 미니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