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前職 대통령의 자화상

한·미 前職 대통령의 자화상
  • 입력 : 2013. 07.30(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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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게 지속되는 마른 장마와 찜통더위에 심신(心身)마저 녹초가 되고 마는 요즘이다. 한바탕 시원하게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들려오는 건 짜증스런 소식들 뿐이다. 남·북간 개성공단 회담이 결렬(決裂)됐는가 하면 믿었던 홍명보의 한국축구도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안방인 잠실에서 1-2로 패배했으니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어디 그 뿐인가.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실종 파문과 함께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도 여·야의 정파(政派) 싸움으로 변질돼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 중에서도 전두환 전(前) 대통령을 둘러싼 추징금 환수 소동은 최근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행적'과 대비되며 우리 국민들을 탄식케 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 각 신문에 실린 조지 H W 부시(89) 전 미 대통령은 머리카락 한 올도 없는 삭발(削髮) 모습이었다. 이유인즉 백혈병을 앓고 있는 옛 부하직원(비밀경호국)의 어린 아들 패트릭에게 연대감(連帶感)을 보여주기 위해 자진 삭발한 것이라 한다. 백혈병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를 안은 부시의 모습은 자상스러운 할아버지 그 자체였다. 패트릭을 위한 모임엔 비밀경호국 요원 26명도 전원 삭발한 채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동참했다.

사진이 트위터에 공개되자 부시 전 대통령에게 경의(敬意)를 표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멋지십니다. 당신이 하신 일을 사랑합니다"고 적었다. 아들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는 "내가 아빠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고백했다.

NBC방송은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부시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보도했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놀랍다" 등 네티즌들의 찬사도 줄을 이었다. 오래 전에 은퇴한 전직(前職) 대통령이 미국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훈훈하게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현재 검찰로부터 추징금 환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82)의 모습은 국민들까지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그 누구보다 위세(威勢) 등등했던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25년, 이제 그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몸이 됐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성심과 의리를 강조하던 그의 측근들도 이번엔 자취를 감췄다. 대신 검찰의 싸늘한 칼날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만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자녀와 친인척 및 측근 등 40여명에 대한 출국금지는 물론 소환조사도 예정되어 있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 처벌할 것이란 예측도 나돈다. 십수년간 가만히 있던 검찰에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정의구현'을 부르짖는 행태 역시 뒷맛이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세간의 분노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뻔뻔함에 기인한다. 아예 세상을 깔보는 듯한 태도도 한 몫을 더했다. 특히 법정에서 중얼거렸다던 "내 재산은 29만1000원이 든 예금통장 뿐…"이란 말은 끝내 그의 마지막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29만원만 남겨주고 모두 압류하라"는 국민적 합창은 이를 대변하고 있다.

한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공과(功過)를 놓고 '논쟁적 인물'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치매 증세를 보이는 '29만원짜리' 허접한 노인으로 전락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다룬 한 신문의 제목은 "우리도 이런 전직 대통령을 보고 싶다"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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